'나비'가 날아오른다. 호랑이도 춤을 춘다.
프로야구의 타순은 저마다 역할이 뚜렷하다. 1~2번 타자는 가능한 한 많이 출루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3~5번 중심타선들이 타점을 올릴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3~5번 중심타선은 이걸 해결해줘야 한다. 메이저리그에는 아예 없는 표현이지만, 한국에서는 흔히 '클린업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상에 나가있는 주자를 싹쓸이(클린 업) 해서 홈에 불러들이는 세 명의 타자라는 의미. 어쨌든 이들은 정확성과 장타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4번 타자'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팀 타선의 힘을 상징하는 대표선수다. 그래서 장타력이 있는 거포들은 누구나 '4번 타자'를 꿈꾸고 명예롭게 여긴다. 만약 이 4번 타자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팀 타선의 위력도 크게 떨어진다. 시즌 초반의 KIA 타이거즈가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4번 타자가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KIA의 4번 타자는 나지완이다. 홈런을 칠 때마다 자신의 별명인 '나비' 모양 스티커를 헬멧에 붙이는 데 오랫동안 이 '나비'가 보이지 않았다. 타율이 1할대에 꽤 오래 머물러있기도 했다. KIA 선동열 감독이 "올해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는데, 나지완이 터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침묵하던 나지완이 드디어 기지개를 활짝 폈다. 타격 페이스가 꾸준히 올라오며 홈런포가 줄을 이었다. '나비'가 다시 나타났다. 나지완은 지난 1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광주 홈경기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트리더니 나흘 후인 15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도 홈런을 날렸다.
특히 시즌 2호 홈런은 매우 가치가 높았다. 2-4로 뒤져 패색이 짙어져가던 8회말에 터트린 동점 2점포였기 때문. 이 홈런 덕분에 KIA는 패배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고, 결국 9회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5대4의 역전승을 거두게 됐다. 나지완의 8회 2점홈런은 사실상의 결승타나 마찬가지의 가치를 지녔다. 선 감독이 "나지완의 2점 홈런 덕분에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올 수 있었다"고 칭찬할 정도다.
분명 나지완은 최근 들어 상승무드에 접어들었다. 15일까지의 시즌 타율은 2할4푼1리.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0.389에 0.323이다. 그런데 최근 1주일로 범위를 축소시켜보면 나지완이 얼마나 가파른 타격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기간(4월9일~4월15일)의 타율은 3할8푼1리나 된다. 또 출루율은 4할1푼7리에 장타율은 7할1푼4리나 됐다. 시즌 초의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 점점 팀의 4번타자에 걸맞는 모습을 되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나지완이 특히 외야수로 나갈 때 좋은 타격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홈런을 친 경기에서 나지완은 모두 선발 좌익수로 나갔다. 비록 오른쪽 팔꿈치 쪽에 통증이 있어 송구할 때 어려움이 있지만, 나지완은 외야수로서도 움직임이 나쁘지 않다. 이순철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덩치가 크지만, 나지완은 둔한 선수가 아니다. 특히 외야에서 타구를 잡을 때 스텝의 움직임이 상당히 매끄럽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지완 역시도 "지명타자보다 수비를 할 때 아무래도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편하다"고 한다.
KIA는 현재 외야수 김주찬이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나지완에게 좀 더 좌익수 출전기회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나지완의 공격이 한층 살아난다는 장점도 따라붙는다. 김주찬은 지명타자로 활용이 가능하다. KIA로서는 어느 방법도 손해볼 것이 없다. 나지완의 타격감이 살아난 것은 분명 커다란 호재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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