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전이 열린 23일 대구구장.
삼성 선수들이 훈련 중이던 오후 4시쯤 평소대로 원정팀 LG 선수들이 도착했다. 이들은 외야에서 몸을 풀었고, 삼성의 훈련시간이 끝난 뒤 타격 훈련과 수비, 주루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이 보이지 않았다. 덕아웃은 물론 그라운드에서도 김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날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타자들의 타격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경기 구상을 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김 감독이 덕아웃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취재진은 모두 '연패 중이라 김 감독이 취재진과 얘기하는 것을 꺼리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사령탑들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 종종 경기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날 LG 선수들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삭발까지 했는데도 1대8로 맥없이 무너졌다.
감독이 보이지 않을 땐 당연히 선수나 코치들과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선수나 코칭스태프와의 취재도 원활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들마저 인사만 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아무리 언론 접촉이 부담스럽다고 해도 베테랑 선수와 코치들까지 입을 다문다는 게 이상했다.
경기가 시작됐다. 당연히 덕아웃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김 감독이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방송 카메라에 잡히지 않으려고 덕아웃 뒤편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TV 화면을 자세히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LG 홍보팀은 그제서야 "개인사정으로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대구구장 기자실은 조용하면서도 바쁘게 돌아갔다. 김 감독이 경기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취재경쟁이 시작됐다. 감독이 개인사정으로 경기장에 오지 못했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김 감독이 자진 사의표명이라는 극단적이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LG 덕아웃의 분위기가 이상했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김 감독의 힘든 선택을 이미 직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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