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차두리(34·서울)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11년 만의 귀향이었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후 둥지를 해외로 옮겼다. 지난해 초 기로에 섰다. 개인 사정으로 방황했다. 사실상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라운드와의 인연의 끈은 놓지 못했다. FC서울이 손을 내밀었고, K-리그를 선택했다.
K-리그 데뷔전이 공교롭게 슈퍼매치였다. 지난해 4월14일이었다. 당초 최용수 서울 감독은 차두리를 엔트리에서 제외할 예정이었다. 홈이 아닌 원정인 데다 무대가 무대인 만큼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원의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차두리가 필요했다.
명암이 교차했다. 수원팬들은 차두리가 볼을 잡을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그도 이유를 몰랐다.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 억울해 했다. 그리고 "아버지(차범근 감독)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서 유럽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서울은 경기 시작 19분 만에 데얀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후반 42분 라돈치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 과정에서 차두리가 있었다. 볼은 차두리의 키를 넘어 라돈치치에게 배달됐다. 그로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빌미가 됐다. 그렇게 데뷔전이 막을 내렸다.
한 해가 흘렀다. 차두리는 서울에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해피 바이러스'는 팀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하지만 올시즌 초반 현실은 참혹했다. 팀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K-리그는 12팀 가운데 11위로 떨어졌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한때 최하위로 떨어졌다. 고참인 그가 한 발 더 뛸 수밖에 없었다. 최근 길렀던 머리도 예전처럼 삭발을 했다.
그라운드에선 투혼, 또 투혼이었다. 23일 첫 탈출구를 마련했다. ACL이었다. 안방에서 베이징 궈안을 2대1로 꺾고 조 1위로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7일 서울은 또 한번 갈림길에 섰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시즌 첫 슈퍼매치였다.
차두리가 있었다. 그는 클래식 반전의 도화선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했다. 매주 두 경기씩을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차미네이터'는 세월도 꺾지 못했다. 수비면 수비, 역습이면 역습, 묵묵히 땀을 쏟아냈다. '해피바이러스'의 '해피엔딩'이었다. 서울이 수원을 1대0으로 꺾고 최근 클래식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 사슬을 끊었다.
경기 후 그의 감회는 특별했다. 1년 전과 후의 슈퍼매치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경기 종류 휘슬이 울리자 그는 '형'에서 '선생님'으로 변신한 최 감독과 뜨겁게 포옹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최 감독과 차두리는 룸메이트였다. '방장'과 '방졸'이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훌훌 털어버렸다.
수원=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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