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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팀을 떠난 것은 지난달 23일. 자진 사퇴 강수를 꺼내들고 경기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김 감독이 왜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각설하자. 지금 필요한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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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선수 등록 현황에 감독은 김기태였다. 구단은 김 감독 사퇴 발표 후 "당분간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는데 8경기를 치르는 동안도 똑같은 상황이다. 열흘 동안 8경기.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경기다. 시즌 8경기면 팀은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름은 올라있는 감독이 덕아웃에는 없는 기묘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게 문제다. 처음에는 "김 감독을 설득하기 위함이다"라는 구단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정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팀이 무기력한 경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어처구니 없는 팀 운영이라는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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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상황을 누가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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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김 감독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본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물러났다. 그를 잡겠다고 한 것은 구단의 일방적인 선택이었다. 사퇴 표명 이후 며칠간은 실제 김 감독과 구단의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하지만 절대 복귀는 없다는 김 감독의 뜻을 확인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후 구단이 김 감독을 붙잡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는 일절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생각을 해보자. 아이들 사이의 장난도 아니고, 정에 호소해 떠난 사람을 돌아오라고 한다면 누가 돌아올 수 있을까. 구단이 그렇게 간절이 김 감독의 복귀를 원했다면 계약 연장, 현장에 전권 부임 등 현실적인 당근을 제시해봤는지 물어보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 분위기다.
감독이 있고 없고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단순히 전술, 상황 판단 등 수싸움이 전부가 아니다. 팀 분위기가 문제다. 프로선수로 십수년을 똑같이 뛰어오고 지도자 생활을 해온 감독, 코치들이다. 물론
세세한 분위기에서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전술, 작전 등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보는게 맞다.
문제는 감독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며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민감하다. 어떤 지도자가 자신들의 감독이 되느냐에 따라 경기력, 컨디션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참들을 중용하는 스타일의 감독이 후보로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면 젊은 선수들이 걱정을 하게 된다. 선수들이 팀 분위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경기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서로간의 신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야구는 심리가 지배하는 스포츠다. 김 감독의 LG가 지난 시즌 깜짝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99% 팀의 단합이었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거취가 불안해진다. 새 감독이라도 오게 되면 코칭스태프 전면 개폭은 불가피하다. 하루 앞이 불안한 상황에 어떻게 편안하게 상대팀에 대한 연구 등에 몰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LG 남상건 사장, 백순길 단장 등 구단 수뇌부가 이에 대한 걱정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단 내부에서는 "당분간 수석코치 감독대행 체제로 간다고 했는데, 도대체 감독 엔트리가 바뀌지 않는게 무슨 대수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현장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프런트의 안일함에 현장에서는 한숨 소리만 이어지고 있다.
어떤 카드가 됐건, LG는 자신들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프로구단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알아야 하는 것 이전에 그래야 팀이 정돈되고 진정한 새출발을 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구단은 "그룹 고위층이 야구에 대해 일일이 지시를 내린다"는 소문에 펄쩍 뛰며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이런 소문에 힘을 스스로 실어주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