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졸리네요."
괜히 지구 반바퀴를 돈 게 아니었다.
현지시각은 오후, 그러나 바로 하루 전 떠나 온 지구 반대편의 한국은 새벽 시간대다. 13시간의 시차는 말 그대로 부담이었다. 첫 날부터 홍명보호의 주변을 감싸고 돌았다. 1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의 세인트토마스대학 경기장에 도착한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은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굴에선 시차로 인한 피로를 지울 수 없었다.
날씨는 시시각각 표정을 바꿨다. 아침만 해도 뜨거운 여름 햇살이 마이애미를 감쌌다. 하지만 오후 들어 비를 동반한 구름과 햇빛이 교차했다. 대서양의 기운을 듬뿍 담은 습기찬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홍 감독은 훈련 전 "파주에서의 훈련은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위한 준비였다"고 소개했다. 시차와의 싸움에 내린 처방은 '훈련 강화'였다. 강도를 높였다. 양보다 질이 높아졌다. 다소 느슨했던 고삐를 바짝 조여 세세하게 파고 들었다. 첫날 훈련부터 2시간여 가량 선수들과 굵은 땀을 흘렸다. 습도와 더위도 방해가 될 수 없었다. 전술훈련에서 쉴새 없이 방향을 가리키면서 훈련을 이끌었다. 홍 감독은 "시차 적응 여부에 따라 훈련 효과도 달라진다"고 빠른 적응을 강조했다. 최대한 시간을 아껴 본선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2번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홍 감독의 표정에서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은) 실질적인 최종 훈련이다. 제일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며 분전을 촉구했다.
마이애미는 주전경쟁의 결전장이다. 파주에서 다소 느슨했던 모습은 마이애미에서 통하지 않는다. 생존이 걸려 있다.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훈련에서 서로를 독려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최전방의 박주영(29·아스널)부터 골키퍼 이범영(25·부산)까지 예외가 없었다. 달리고 구르면서 그렇게 시차와의 싸움을 이겨냈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강하다"며 "훈련 강도가 앞으로 강해지는 만큼 선수들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는 80% 이상 마무리 됐다. 최종명단 윤곽이 나왔고, 튀니지와의 평가전으로 모의고사도 한 번 치렀다. 열흘 간의 마이애미 전지훈련은 남은 20%를 채우는 과정이다. 홍 감독은 앞으로 오전과 오후를 가리지 않고 틈틈이 선수단 컨디션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A부터 Z까지 모든 게 점검대상이다.
낭만과 열정으로 통하는 마이애미의 로망은 잠시 접었다. 홍명보호에게 마이애미는 신화 창조를 위한 용광로다.
마이애미(미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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