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겪었던 아픔을 잊으면 안된다."
LG 트윈스의 유망주 야수 백창수의 소식이 잠잠하다. 김기태 전 감독 사퇴 후,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할 당시 혜성처럼 등장해 안타 행진을 펼치고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강철 수비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특히, 박용택을 밀어내고 팀 내 톱타자 자리를 꿰차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양상문 신임 감독 부임 이후 백창수는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 감독이 보는 눈에 따라 이 선수가 주전으로 나설 선수인지, 아니면 백업 역할을 해야할 선수인지 역할이 갈리게 된다. 양 감독 부임 이후 채은성이라는 신예 선수가 백창수처럼 신데렐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물론, 올시즌 전까지 1군 무대를 거의 경험해보지 못했던 선수가 주전, 비주전을 막론하고 1군에서 계속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선수도 사람이다. 게임을 많이 뛰다, 갑자기 덕아웃을 지키게 되면, 자신감이 뚝 떨어지고 마음이 조급해지게 된다. 어쩌다 대타로 기회를 잡더라도, 그 조급한 마음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언제 2군으로 내려갈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백창수도 최근 이 과정을 겪고 있다. 백창수는 "저를 1군에 두고 어느 때라도 기용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조금은 불안해요. '아, 나는 결국 이 정도밖에 안되는 선수였구나'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때도 많고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백용래(57)씨 때문이다. 백씨는 백창수가 LG에 입단한 이후 거의 하루도 그러지 않고 아들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있을 때 구리구장을 찾았다고 한다. 현재 백창수의 본가는 경기도 하남시. 한강을 기준으로 한강 북쪽에 구리가 있다면 그 맞은편 쪽이 하남시다. 백씨는 자전거를 타고 구리구장을 오가며 아들을 응원해왔다고 한다.
물론, 최근에는 구리구장을 갈 일이 없었다. 아들이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백씨가 모처럼 만에 구리를 찾았다고 한다. 친아들은 아니어도, 아들같은 동료 선수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 응원이 될까 해서 경기장을 찾았다. 아들은 없지만 경기를 지켜보며 백씨는 '우리 아들도 이렇게 고생을 많이 했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백창수에게 전화를 걸어 "2군에서 고생했던 것을 절대 잊지 말거라. 너의 동료 선수들은 아직도 무더운 날씨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 그 동료들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거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백창수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는 순간 '아, 내가 어리석었구나. 자만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백창수는 "주전,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해야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한시도 긴장을 풀지 말고 경기 준비를 해야겠다고 깨달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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