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한여름 무더위, 그리고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습한 날씨와 연일 이어지는 경기. 체력 관리를 잘하는 프로 선수들이라지만 지칠 수밖에 없는 시기다. 풀타임 시즌을 많이 경험한 선수는 괜찮지만 1군 경험이 부족했거나, 신인급인 선수가 체력 관리 없이 매경기 혼신의 힘을 불태우면 더욱 힘이 든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 아찔한 장면이 두 번이나 연출됐다. 먼저 4일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2회초 수비 때 LG 포수 최경철이 경기 도중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급히 트레이너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갔고, 최경철은 포수 보호장구를 풀고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한 뒤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더위를 먹었는지 숨이 턱 막혀버린 순간이었다. 최경철은 35세의 늦깎이 스타로 사실상 올시즌이 풀타임은 처음이다.
롯데 자이언츠 정 훈도 마찬가지. 올시즌 주전 2루수로 거듭난 정 훈은 5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서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말았다. 최경철과 같은 증세.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고 한다. 얼음물을 마시고 호흡을 수차례 가다듬은 뒤 다시 경기에 임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선수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한다. 물론, 최경철이 소속팀 주축 선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 감독이 갖고있는 아픈 기억 때문이다. 양 감독은 2000년 4월18일 고 임수혁이 잠실구장 2루에서 갑자기 쓰러진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투수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던 양 감독은 임수혁이 쓰러지는 걸 목격하고 덕아웃에서 가장 빨리 2루로 달려나갔다고 한다. 고인은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 증세로 쓰러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구급차가 경기장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응급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던 시기였다. 현재 각 구장에서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 재빠른 조치를 하게 된 것도 사실상 고인이 야구 후배들에 남긴 유산이다. 양 감독은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며 "최근 선수들이 갑작스럽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걱정이 됐다"고 했다.
양 감독은 훈련 후 지나가는 최경철을 붙잡고 "특별히 아픈 곳은 없나"라며 다시 한 번 몸 상태를 체크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체력 관리를 정말 잘해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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