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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36만의 남북대결, 달콤살벌했던 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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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격수 리혁철(왼쪽)과 이광종호 수비수 장현수가 2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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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 문학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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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남북축구가 아시안게임 정상의 자리에서 재회했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슈퍼매치'였다.

안팎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날 동원된 경찰 병력만 1500여명에 달했다.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경찰특공대, 북한 선수단 및 관계자를 수행하는 국정원 요원 등도 경기장 곳곳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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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태세는 철저했다. 관중 입장이 임박했던 오후 5시. 경기장 한구석에서 긴장한 목소리의 구호가 잇달아 들리더니 이내 그라운드 트랙을 따라 70여명의 경찰들이 3m 간격으로 그라운드를 빙 둘러쌌다. 남북공동응원단이 자리를 잡은 남측 관중석에는 50여명의 경찰들이 사각형으로 둘러싸면서 일반 관중과의 충돌상황에 대비했다.

경찰의 '예행연습'이 끝나자 경기장이 팬들에게 개방됐다. 출입구에는 2~3중의 경계망이 펼쳐졌다. 자원봉사자들의 1차 소지품 검사를 마치면 국제공항에서나 보던 금속탐지대와 X-선 촬영 검색대, 신체 금속탐지기를 차례로 거쳐가야 했다. 경찰은 2인1개조로 출입라인마다 배치되어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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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열기는 이런 상황을 무색케 할 만큼 뜨거웠다. 입장권 판매 저조로 빈 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던 대부분의 경기와 확연히 구분됐다. 팬들은 일찌감치 비를 피해 지붕이 있는 2층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북측 관중석에는 붉은악마가 대형 태극기를 펼쳐놓고 결전을 기다렸다. 남북공동응원단은 '원코리아! 통일슛 골인!''우리의 소원은 통일' '8천만 겨례의 염원' '남과 북 친선의 하모니' 등의 대형 걸개를 걸어놓았다.

그라운드에는 불꽃이 튀었다. 금메달을 걸고 싸우는 두 팀은 양보가 없었다. 전반 15분 이재성(22·전북)이 북한 수비수 김철범(21)과 볼 경합중 쓰러져 실려나간 뒤 분위기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3분 뒤 김철범이 볼 경합을 하던 이용재(23·나가사키)의 얼굴을 어깨로 쳐 쓰러졌다. 전반 21분에는 김승대(23·포항)가 문전 쇄도 중 북한 골키퍼 리명국(28)을 넘어뜨리자 북한 주장 장성혁(23) 등이 달려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라크 출신의 아딥 알자위 주심이 양팀 주장을 불러 냉정을 호소했지만, 달아오른 분위기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랐다. 관중석에선 이광종호를 향한 일방적인 응원이 이어진 가운데, 남북공동응원단과 50여명의 북한 선수단이 경찰 보호를 받으면서 조심스럽게 '통일조국' '잘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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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에도 분위기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후반 1분 김승대의 크로스를 문전 쇄도하며 헤딩슛으로 연결하려던 이종호가 리명국의 펀칭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자 또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4분 뒤 북한 벤치 앞에서 이종호가 북한 윤일광에 밀려 넘어지자 이 감독이 달려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혈전. 승리의 여신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야 한국의 손을 들었다. 36년 만에 다시 펼쳐진 남북축구의 '달콤살벌한' 재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인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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