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의 두 사령탑은 현역 시절 '스타 스트라이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동고동락했다.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도 함께 뛰었다. 색깔이 다른 공격수였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플레이가 세밀하고 정교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선이 굵은 축구를 했다. 공통점은 있었다. 골냄새를 맡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러나 올시즌 둘의 대결은 현역 시절의 화려한 골잔치를 잊게하고 있다. 골의 빈곤이다. FA컵 16강전에선 4골(2<4PK2>2 서울 승)이 터졌지만 3차례의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 2차전 등 5경기에서는 고작 2골밖에 터지지 않았다. 클래식에서 4월 20일 포항, 9월 7일 서울이 각각 1대0으로 승리했다. 그 외 3경기는 모두 득점없이 비겼다. 클래식과 ACL은 주목도가 더 높다. 총력전의 무대지만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수들조차 지겨워할 만큼 만나고 또 만났다. 한 고개가 더 남았다. 올시즌 7번째 충돌이다. 역대 한 시즌 최다 대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울과 포항이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한다. FA컵 결승전으로 연기된 스플릿 그룹A 4라운드를 이날 치른다.
서울이 FA컵 우승컵을 놓치면서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내년 시즌 ACL 티켓 0.5장이 걸렸다. 3위가 가져간다. 현재 포항이 3위(승점 57), 서울이 4위(승점 54)다. 승점 차는 3점이다. 두 팀 모두 2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서울이 승리하면 3위 자리가 바뀐다. 골득실에서 서울(포항 +12, 서울 +13)이 앞서 있다. 반면 포항이 웃으면 ACL 티켓 싸움은 끝이 난다.
골에도 방정식이 있다. 포항은 득점없이 비기기만해도 키를 쥘 수 있다. 서울전 후에는 30일 안방에서 수원과 최종전을 치른다. 수원은 2위(승점 64)를 확정해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서울은 절실하다. 어떻게든 골이 필요하다. 승리해야 30일 제주와의 원정경기까지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은 또 있다. 올시즌 마지막 홈경기다. 서울은 안방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한 것은 두 달 전인 9월 13일 인천전(3대1 승)이이었다. 최근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5경기 연속 무승의 늪(3무2패)에 빠져있다. FA컵 결승전 패배로 상처가 난 팬심도 치유해야 한다.
FA컵과 ACL에서 서울에 진 빚을 갚기 위해 포항은 서울 원정 숙소까지 바꾸었다. 23일 FA컵 결승전 120분 혈투로 체력적인 부담이 큰 서울은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각오다. 두 팀 모두 해피엔딩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두 팀의 얄궂은 운명은 수요일 밤 결말이 나온다. 물론 각본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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