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할 줄 아는 선수들은 알아서 쉬지."
1위, 그리고 6강 진입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프로농구. 최근 핫이슈는 바로 창원 LG 세이커스다. 11연승. 파죽지세의 LG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다. 2일 열렸던 LG와 서울 SK 나이츠의 맞대결은 팬들 뿐 아니라 타 팀 감독들에게도 큰 화제였다. 공교롭게도 월요일 1경기 뿐이라 대부분의 감독들이 이 경기를 시청했다. 그리고 선두 SK를 셧아웃 시킨 LG의 힘에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
3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 양팀의 사령탑인 유재학 감독(모비스)과 추일승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유 감독은 조금 과장 섞인 농담으로 "LG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정해진 것 아니냐"고 했고, 추 감독도 "약점을 찾을 수 없다"라고 했다. 두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오전 열린 훈련에서도 만나 LG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LG 상승세의 원동력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단연 제퍼슨의 힘을 꼽을 수 있다. 제퍼슨은 SK전 33득점 9리바운드 놀라운 기록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 뿐 아니다. 최근 불이 붙었다. 11연승 중 개인 24득점 이상 경기가 무려 9경기다. 1월 15일, 18일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 부산 kt 소닉붐전에서만 17득점, 8득점으로 득점이 부족했다. 물론, 비밀이 숨어있다. 삼성전에서는 17득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사실상 kt전만 제외하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놀라운 활약이다.
하지만 걱정의 시선도 있다. 출전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플레이오프에서 체력 문제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위에 언급했던 삼성전, kt전에서만 26분18초, 16분27초를 뛰었고 나머지 경기는 모두 30분을 넘게 코트에 섰다. 팀을 떠난 크리스 메시가 부상을 당해 지난달 25일 안양 KGC전, 27일 모비스전은 2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다. 이후 열린 2경기도 35분28초, 34분2초의 출전 시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만수' 유재학 감독은 제퍼슨의 페이스가 절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유 감독은 "제퍼슨은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다. 냉정히 한국 프로리그에서 뛸 만한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런 선수들은 뛸 때, 뛰지 않아야 할 때를 안다. 코트 안에서도 스스로 뛰며, 쉬며 체력 조절을 한다는 뜻이다. 수비 할 때를 보라. 설렁설렁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이 진짜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할 때는 집중력을 갖고 막는다"라고 설명했다. 상대 팀들이 향후 LG를 상대할 때 제퍼슨의 체력 문제로 꼬투리를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 유 감독도 지난달 27일 맞대결에서 이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제퍼슨에 대비해 변칙 라인업을 들고 경기에 나왔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유 감독은 이어 "제퍼슨만 건재하면 LG는 정말 상대하기 힘든 팀이 된다. 이 분위기가 플레이오프까지 확실히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상승세의 LG가 몇 위로 정규리그를 마칠지 모르는 가운데 "1, 2위 순위에 따라 플레이오프 상대팀이 달라지는데, LG를 피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하는 부분은 절대 없다. 우리는 우리 할 것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비스와 오리온스의 경기는 양동근-문태영-라틀리프 등 주전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한 모비스가 80대69로 승리를 거두며 선두 SK를 반경기차로 추격하게 됐다. 오리온스는 3연패에 빠졌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