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 잘 지냈지?"
3일 일본 가고시마현 가고시마시의 고마이케 연습구장.
진지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한 사내의 등장에 반색하며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연습경기 상대인 J2(2부리그) 주빌로 이와타의 사령탑이자 현역시절 일본 간판 미드필더였던 나나미 히로시였다.
최 감독은 나나미 감독의 1년 선배다. 실제 출생년도가 1971년(호적 1973년)으로 나나미 감독보다 1년 빠르다. 최 감독이 2001년 제프 이치하라(현 제프 지바)에 입단하며 가공할 득점포를 터뜨리는 동안, 나나미 감독은 이와타의 주축 미드필더이자 일본 대표팀의 베테랑으로 활약했다. J리그 그라운드에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했다. 맞수는 동지가 됐다. 최 감독이 교토 상가를 거쳐 2005년 이와타에 입단하면서 나나미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최 감독은 그해 15경기, 나나미 감독은 26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이미 현역시절 끝자락에 와 있던 최 감독이 머물 시간이 부족했다. 이듬해 최 감독이 FC서울 플레잉코치 신분으로 이적하며 짧은 만남은 마침표를 찍었다.
최 감독은 2006년 은퇴 후 FC서울 코치를 거쳐 2011년 감독대행에 선임되며 제2의 축구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나나미 감독은 2008년 은퇴 후 방송 해설자로 나서면서 다른 길을 걸었다. 하지만 나나미 감독은 일본축구협회 지도자 라이선스 취득 과정에서 연수차 최 감독이 지휘하는 FC서울을 방문하는 등 끈끈한 우정을 이어갔다. 2014년 나나미 감독이 이와타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맞대결이 이뤄졌다. 경기에 앞서 나나미 감독이 직접 서울 벤치를 찾아와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를 소개시켜주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최 감독이 나나미 감독에게 '한 수'를 가르쳤다. FC서울은 이날 연습경기서 이와타를 5대1로 대파했다.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준 뒤 내리 5골을 몰아넣는 가공할 실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두 지도자에겐 승패는 의미가 없었다. 최 감독과 나나미 감독은 경기 후에도 손을 맞잡고 서로의 선전을 기원했다. 최 감독은 "은퇴 뒤 오랜기간 해설가로 활동했지만, 틈틈이 지도자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역시절 훌륭한 미드필더였던 만큼, 초반 고비만 잘 넘긴다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와타가 승격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만나게 된다면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가고시마(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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