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빠를 부탁해'가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설 특집 파일럿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13~14%)로 화제를 모았던 '아빠를 부탁해'가 정규 편성돼 21일 첫 선을 보였다. 첫 방송 시청률은 전국과 수도권 기준 각각 6.9%(닐슨코리아 집계기준). 전작 '떴다 패밀리' 마지막회(2.3%)보다 4.7% 높은 수치로, KBS2 '연예가중계'(4.6%)를 따돌리며 MBC '장미빛 연인들'(22.2%)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일부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지만, 첫 방송 성적치고는 나쁘지 않은 연착륙이다.
이날 방송 중 최고의 순간은 이경규가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장면. 아빠와 함께 병원을 찾은 예림이는 아빠의 병환에 대한 걱정 속에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에서 분당 최고 시청률은 12.6%까지 올랐다. 이외에 '빵점 아빠' 조재현이 딸 혜정이에게 처음으로 참치 볶음밥을 해주는 장면, 운전 연수에 나선 조민기-조윤경 부녀, 아빠 강우석 머리 염색해주기에 나선 딸 다은이의 모습 등이 그려졌다.
'아빠를 부탁해'의 연착륙은 채널 선택권을 쥐고 있는 중장년 여성층이 주말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대에 의미있는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 시간대 방송된 '장미빛 연인들'과 KBS '9시 뉴스'의 49세 이하 시청층 비중이 각각 43%, 36%이었던 데 반해 '아빠를 부탁해'는 77%에 달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빠를 부탁해'의 2049 시청률 4.7%는 토요일 전체 시청률 5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동 시간대 방송된 '장미빛 연인들'이 기록한 5.8%를 바짝 추격하는 수치다.
'가족', 특히 '서먹해진 부녀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춘 참신한 기획이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등 뻔한 MSG 같은 막장 드라마에 지친 젊은 시청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방증. '아빠를 부탁해'만의 경쟁력 코드다.
대부분 시청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돼서 가족에 소홀해진 젊은이들이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 '기대이상이다. 시간 편성을 정말 잘 잡은 듯', '부녀관계 뿐 아니라 부자관계도 다뤘으면…'이라는 등의 호응을 보였다.
다만 한가지 복병은 있다. 바로 출연진의 2세가 대부분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것. 시청자들이 유독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대목이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자녀가 연예인을 꿈꾸지 않는 이상, 섣불리 출연을 시키기 힘든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진짜 솔직하고 순수한 부녀관계를 거울로 자신들의 해답을 얻고싶은 것이지 연예인 2세의 데뷔 과정을 보고싶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초심을 잃지 않는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빠를 부탁해'가 '우리 딸의 연예계 데뷔를 부탁해'로 전락하지 않는다면 '아빠를 부탁해'는 시청자들로부터 지속 가능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