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1·연세대)가 올시즌 첫 출전한 리스본월드컵에서 날아올랐다.
손연재는 29일 밤 (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 카살 비스토소 컴플렉스에서 펼쳐진 2015년 국제체조연맹(FIG) 리스본월드컵 종목별 결선 후프 종목에서 짜릿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드컵 12대회 연속 메달 기록도 이어갔다.
손연재는 첫 종목 후프에서 첫번째로 나섰다. 개인종합 예선에서 18.150점의 고득점, 전체 3위에 오른 종목인 만큼 자신감 있게 나섰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코니시 랩소디'에 맞춰 안정적인 마스터리와 물흐르듯 우아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장기인 푸에테 피봇은 깨끗했다. DER 난도에서 점프의 높이는 우월했다. 개인종합 때보다 0.100점 떨어진 18.050점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18점대의 고득점이었다. 난도에서 8.950점, 실시에서 9.100점을 받았다. '러시아 에이스' 마르가리타 마문(18.950점)에 이어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개인종합 1위에 올랐던 '16세 신성' 알렉산드라 솔다토바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16.850점, 7위에 그쳤다. 벨라루스 카치아리나 할키나가 17.700점으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개인종합 예선에서 볼을 제외한 전종목에 걸쳐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 손연재는 결선에선 후프를 제외한 3종목에서 아쉬운 실수를 범했다. 예선에서 17.700점(5위)으로 4종목중 최저점을 받았던 종목인 볼에서 손연재는 8명 중 6번째로 포디움에 섰다. 4종목중 유일하게 가사가 있는 곡인 라틴팝 계열 '소모스'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손연재는 예선에서 초반 실수가 있었던 발로 밟아 볼을 잡는 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이후 볼을 흘리는 실수를 범했다. 매스터리(각 0.3점)에서 잇단 실수를 범하며 17.250점을 기록했다. '러시아 에이스' 마문이 18.550점을 받으며 1위, 솔다토바가 18.100점을 받으며 2위에 올랐다. 남은 메달 하나는 예선때와 똑같이 17.700점을 받은 마리나 두룬다가 가져갔다. 예선에서 두룬다와 나란히 17.700점을 받은 손연재의 실수가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다.
곤봉에선 18점대에 도전했다. 두개의 수구를 던지고 받는 곤봉 종목은 가장 다이내믹한 만큼, 실수가 잦아 가장 힘든 종목이기도 하다. 이날도 곤봉은 격전지였다. 손연재는 전날 예선에서 17.950점을 기록했지만, 경쟁자들의 실수가 속출하며 3위를 기록했다. 결선에서 경쟁자들은 강해졌다. 첫주자로 나선 카치아리나 할키나 18.050점을 찍었다. 손연재보다 앞서 출전한 '세계선수권자' 야나 쿠드랍체바와 '리스본 개인종합 1위' 솔다토바의 연기는 눈부셨다. 1997년생 쿠드랍체바는 이번 대회 실수를 범하며 개인종합 3위에 그쳤지만, 종목별 결선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18.300점을 받았다. 이어 출전한 이번 대회 솔다토바는 18.400점을 받았다. 마리나 두룬다도 18.000점을 찍었다.
6번째 순서로 등장한 손연재는 '델라댑 치가니'의 발랄한 리듬에 맞춰 특유의 매력을 발산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곤봉을 머리에 얹고 걷는 리드믹스텝 동작에서도 특유의 깜찍한 표현력으로 자신감이 읽혔다. 첫동작에서의 실수가 뼈아팠다. 17.800점을 받으며 메달권과 멀어졌다. 솔다토바, 쿠드랍체바, 할키나, 두룬다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손연재는 마지막 리본 종목에서 아돌프 아담의 발레곡 '르코르세르'에 맞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리본을 떨어뜨리는 실수가 아쉬웠다. 전날 18.250점으로 최고점을 찍은 자신 있는 종목에서 최저점 17.150점을 기록했다. 매스터리에서 소소한 감점들이 더해지며 고득점 사냥에 실패했다. 손연재는 올시즌 매스터리를 교체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직은 안정감, 숙련도, 항상성에서 보완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손연재뿐 아니라 쿠드랍체바도 리본을 떨어뜨리며 17.450점에 그쳤다. 시즌 초반인 만큼 이변과 실수가 속출했다. 마문이 압도적인 연기를 펼치며 19.05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곤봉에서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며 16점대를 받아 우승컵을 솔다토바에게 내줬지만, 결선 4종목에서 3관왕에 오르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네타 리브킨이 17.950점으로 2위, 두룬다가 17.800점으로 3위에 올랐다. 손연재의 실수가 없었더라면 충분히 입상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더 아쉬웠다.
그러나 손연재는 올시즌 첫 출전한 리스본월드컵에서 '러시아 삼총사'에 이어 개인종합 4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후프 종목 은메달로 12대회 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가는 의미있는 성과도 거뒀다. 첫 스타트를 잘 끊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