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이 강민호와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치지 못할 직구였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5일 부산 사직구장. 이날 경기는 FA 계약으로 두산맨이 된 장원준의 친정 상대 첫 선발등판 경기여서 큰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장원준과 강민호의 맞대결은 특별했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식 당시 강민호를 처음 상대하게 되면 "직구를 던지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 이에 강민호는 "만약 변화구를 던지면 배트를 던져주겠다"라는 익살섞인 반응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진짜 두 사람이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3-0으로 두산이 앞서던 2회말 강민호가 무사 1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섰다.
숨막히는 순간. 장원준의 초구가 날아들었다. 궤적은 확실히 직구. 하지만 몸쪽 낮은 코스로 들어와 도저히 칠 수 없는 143km 공이었다. 그대로 볼이 됐다. 사실 강민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가운데 직구가 들어와도 안칠 것이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라고 말했다. 물론,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너무 좋은 공이면 나도 모르게 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어찌됐든 장원준은 직구를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물론, 일부러 볼을 던진 것인지 제구가 안된 것인지는 본인만 알 일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승부는 풀카운트까지 갔다. 장원준의 마지막 승부구는 직구였고 강민호는 높은 직구를 받아쳐 추격의 투런홈런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강민호의 완승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