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대기록 달성 눈앞에 두고 있었다. 서른 두 살이 된 K리그에서 최다승(465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산과 타이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대는 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질 전북과의 2015년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였다.
상황은 포항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같은 날 부산이 포항을 도왔다. 울산을 막아섰다. 1대0으로 승리했다. 포항이 '1강' 전북의 벽을 넘어서면 K리그 역사가 다시 쓰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북은 체력적인 문제가 노출된 상태였다. 경기 전 최강희 전북 감독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적으로 시달린 경기는 회복이 늦다. 때문에 성남전 패배 이후 사실 회복이 안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4~5월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면 1~2차례 무력한 경기를 했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7~8명 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감독 욕심때문에 못해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연전에 대한 베스트 11을 모두 짜놓는데 잘 될 때는 무리없이 돌아간다. 그러나 한 경기를 삐끗하면 다음 경기가 부담"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31일 성남전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에두 대신 이동국을 선발로 냈다. 그리고 경기 후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7명의 교체 멤버 중 골키퍼를 제외하고 6명을 공격수로 준비시켰다.
이에 대해 황선홍 포항 감독은 "'체력 회복이 안됐다'는 것은 핑계다. 선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발언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제로톱 가동을 위해 변화를 최소화시켰다. 경고누적으로 빠진 티아고와 박선용의 빈 자리를 심동운과 김준수로 메웠다. 황 감독은 "중앙 수비자원인 준수를 오른쪽 측면 풀백으로 놓았다. 잘 막아줘야 한다"고 했다.
밥상은 차려졌다. 이제 선수들이 떠먹을 일만 남았다. '믿을맨'은 김승대였다. 김승대는 '전북 킬러'로 유명했다. 2013년 K리그 데뷔 이후 전북과의 8경기에서 4골-2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라인 브레이커'라는 별명 그대로였다. 김승대는 전반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교묘하게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는 움직임으로 전북의 포백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다.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포항은 포기하지 않았다. K리그 최다승 달성을 위한 시간은 45분이 남아있었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는 찾아왔다. 후반 5분 고무열이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이 펼쳐졌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김기희를 제치고 쇄도해 날린 오른발 슛이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후반 40분에도 김승대의 킬패스를 받은 박성호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이날 포항-전북의 빅뱅은 득점없이 0대0으로 비겼다. 무득점 무승부는 양팀이 최근 5년간 펼친 18번의 맞대결(7승4무7패) 중 처음이다. '황새'와 '봉동이장'의 사령탑 맞대결 전적(8승2무8패)도 팽팽함을 유지했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