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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김권, 주목하고 싶은 남자가 등장했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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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고 싶은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지난 2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이하 '풍문')에서 엘리트 변호사 윤제훈을 연기한 김권이다. 아직 그의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연작마다 대중에 짙은 잔상을 남긴 무서운 신인이자 평범치 않은 역할들을 소화해 온 연기꾼이다. 특히 '풍문'의 성공으로 알아보는 이가 늘어났다. "밥을 먹거나 술 한 잔 할 때 사람들이 '혹시 '풍문씨' 아니에요?' 라고 하세요. 어느 순간 제 이름이 풍문이 되었네요."



실제로 본 그의 인상은 182cm의 훤칠한 키에 하얗고 뽀얀 피부, 장난기 가득한 눈이 빛나는 그 나이 또래의 모습이었다. 브라운관 속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어디에 숨겨놨을까 싶을 정도. '풍문'에서 그는 정재계를 주무르는 한송 대표 한정호(유준상)의 권력에 당당히 맞서 극에 색다른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시대가 꿈꾸는 화이트 칼라를 연기했다. '갑'도 '을' 도 아닌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 것 같다. "똑똑하지만 똑똑한 척 하지 않는 느낌을 내는 데 주력했어요. 사법 연수원생들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을 보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입학했고 졸업한 수석들은 보통 어디를 택하는지를 봤죠. 대형 로펌은 무엇을 위해서 가며 그들은 어떤걸 지향하는지 주변 변호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어요. 더 리얼한게 무엇인지 궁금했거든요." 웃으며 쑥스러운 듯 말하는 그였지만 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많은 고민들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에게는 '풍문'이 드라마 '밀회'에 이은 안판석 감독, 정승주 작가와의 두번째 작업이었다. "감독님께서 이런 역할이 있는데 '너가 해봐'라며 바로 불러주셨어요. 저에게는 큰 영광이었고 사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다 하고 싶었죠" 라며 안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나이 답지 않은 세심함을 가진 그는, 윤제훈 캐릭터의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안판석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상위 1%의 사람들을 다루는 내용인 만큼 화려한 의상을 자랑하는 인물들 속에서 최대한 담백하려 애썼다. "사실은 감독님께서 메이크업도 기본만, 과한 정장 핏도 빼라고 하셨어요. 촬영 내내 거의 수트 한 두 벌에 넥타이만 살짝 바꾸는 정도였죠. 리얼함을 위해 많은 것을 더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사실 그런 '멋'들을 버려야 진짜 배우가 보이는 건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구요. 어느 새 제가 그런 외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감독님의 그런 생각이 좋은 것 같아요. 실제 생활에서도 매일 옷을 바꿔입는 건 사실 힘들잖아요. 오히려 거기에 과한 신경을 쓰다 보면 리얼함이 옅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는 안판석 감독과의 작업들이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드라마 '풍문'과 '밀회'모두에서 권력과 상위1% 사람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역할을 맡았다. '밀회'에서는 회장의 딸을 이용하여 신분을 상승시키려는 껄렁한 호스트를 연기한 반면, '풍문'에서는 권력을 쥔 자들과 맞서 싸우는 엘리트 변호사였다. 권력 근처를 맴돌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갈리는 두 인물을 그는 감쪽같이 소화해냈다. 말투부터 표정, 손동작 하나까지 다르다. 그 비결에 대해서 그는 "욕망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결국 다 똑같아요. 기회를 잡아서 신분 상승하려는 것도, 인권이나 공익을 추구하는 것도 결국 개인의 이상이나 꿈이잖아요. 목표의 방향은 다르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욕망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욕망에 충실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제 몫들을 해낸 탓일까, 연이어 대선배들과 작업하는 행운이 주어졌다. 그는 그 중에서도 변호사 유신영 역을 맡은 '백지원'을 가장 의지한 선배로 꼽았다. "대본이 늦게 나오다보니 법에 대한 용어들을 금방 소화하기 힘들었어요. 선배님께 전화해서 이건 어떤상황인지 같이 얘기해보기도 하고 아무래도 같은 편이다 보니 실제로도 많은 얘기를 하며 '을'의 연대를 구축했어요. 조언도 많이 해주셨죠." 가족 같은 분위기라지만 '밀회'에서는 김희애와 언성을 높이고 '풍문'에서는 유준상과 기싸움을 시전하는데, 혹시 기가 죽거나 부담되지는 않냐는 물음에 "오히려 더 감사하다. 또래 친구들과 하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받는다"고 한다. "제가 '1' 밖에 못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가져가요. 선배님들이랑 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저한테는 큰 기회였어요."

그렇다면 그에게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배우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후련하기도 하고 아쉬움도 커요. 아직 부모님께서 '풍문'을 보시면 저는 부끄러워 방으로 도망가요(하하).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고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던, 그래서 더 감사하고 많이 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호스트와 변호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얼굴, 또한 자신의 연기를 쑥스러워하며 방으로 도망가는 발랄함과 연기에 대한 진중함을 모두 가진 배우 김권. 앞으로의 숨겨진 모습들이 더욱 궁금하다.

배우 이면에 숨은 '청년 김권'에 대한 이야기는 ②에서 계속...

전혜진기자 gina1004@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