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어시스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전남의 대세' 오르샤(23)는 아주 잠깐 망설였다. "아이 돈 노(I don't know, 모르겠다)"하더니 이내 "어시스트!"라고 답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시스트보다 골을 더 많이 넣었다. 그런데 어시스트를 할 때 더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다는 기분이 행복하다"며 웃었다.
7월 초 K리그 클래식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간 전남 오름세의 중심에는 '팀플레이어' 오르샤가 있다. 오르샤는 최근 6경기에서 4골2도움을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인천전(2대1 승) 이후 4경기 연속골을 넣은 직후 1일 포항전(0대0 무)에서 침묵했지만 5일 울산전(2대1 승)에서 안용우의 선제골을 도우며 공격 포인트를 재가동했다. '행복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남은 리그 6경기 무패(4승2무)를 달렸다.
노상래 전남 감독이 믿고 선택한 크로아티아 출신 오르샤는 시즌 초반 부진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리그 적응 시간도 필요했다"고 했다. 충분한 출전시간을 받지 못하면서 스트레스도 받았다. 2라운드 오르샤는 완전히 달라졌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트레이닝, 트레이닝"을 강조했다. "프로는 훈련하지 않고는 잘할 수 없다"고 했다. 김영욱, 이종호, 이슬찬 등 '연습벌레' 또래들과 함께 오전 자율훈련에 자발적으로 나섰다. 오전 오후 '하루 두탕' 훈련을 소화하며, 오르샤는 강해졌다. 동료들과도 친해졌다. "처음 K리그에 와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라 어려웠다. 5~6경기 하면서 적응했다. 이해가 됐다"며 웃었다. 오르샤가 올시즌 기록한 골 장면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측면을 바람처럼 치고 달리는 개인기, 반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 노 감독의 후예다운 대포알 캐넌 슛 등 리그 최고의 골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슈퍼골'이다. 오르샤의 상승세는 전남의 상승세로 이어졌다.
오르샤는 올시즌 전북, 서울 등 강팀을 상대로 강했다. 강팀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해서일까, 아니면 선입견 없이 거침없이 도전해서일까. 오르샤의 답은 후자였다. "코칭스태프와 비디오 미팅때 분석하는 것이 전부다. 내겐 당일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레알마드리드를 만나도, 바르셀로나를 만나도 내 축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눅들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 팀보다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프로 선수가 된 후 강팀, 약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할지만 생각한다"고 했다. 오르샤의 활약이 이어지며 상대팀의 견제도 집요해지고 있다. 변화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오르샤는 또다시 정답을 말했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오직 내 드리블만 생각한다. 어떻게 치고 나갈지 집중한다. 수비수가 몰려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했다.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는 것도 반겼다. "수비수 2명이 나한테 붙으면 안용우 등 다른 쪽에 찬스가 날 것이니 걱정할 것없다"며 웃었다 .
최고의 컨디션에서 오르샤는 한템포 쉬어가게 됐다. 8일 21라운드 수원 원정에서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게 됐다. 오르샤는 많이 뛰는 전남의 축구 스타일에 폭풍 적응했다. 수비 몸싸움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원래 수비적으로 많이 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전남에서 경기에 나서려면 공격수의 수비력과 활동량은 필수적이다. 많이 뛰지 않으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전남에 와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노 감독은 오르샤에 대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남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아직 더 보여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아직 어리다. 어리기 때문에 더 발전해야 한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올시즌 15개의 공격포인트를 목표삼았던 17경기에서 5골5도움을 기록중이다. 목표의 3분의2를 이미 달성했다. 목표를 재설정해야되지 않겠냐는 말에 활짝 웃었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15포인트보다 더하게 되면 기쁠 것같다." '절친' 스테보가 "나보다 더 오래 K리그에 머물 수 있는 선수"로 평가한 데 대해 "생큐!"를 외쳤다. "나도 정말 오래 있고 싶다. 스테보를 보면 얼마나 한국과 K리그에 만족하는지 알 수 있다. 최대한 오래 K리그에서 뛰는 것이 목표"라며 웃었다.
오르샤는 또래들이 열광하는 컴퓨터, 스마트폰에 별 관심이 없다. 유일한 취미는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축구게임이다.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광양의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모든 것이 해피하다. 동료들도 정말 좋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단 하나도 없을 만큼 이곳에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