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지난 23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타자를 기용할 때 시즌 타율이 아니라 최근 어떻게 치고 있는지를 보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전반기 내내 부진했던 손시헌을 두고 한 말이었다. 손시헌이 8월 중순을 넘어서면서부터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자 감독으로서 흐뭇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김 감독의 설명대로라면 요즘 가장 방망이가 뜨거운 팀은 '막내' kt 위즈다. kt는 최근 4연승을 달렸다. kt를 상대하는 팀들은 하나같이 "전반기에 봤던 팀이 아니다. 만만치가 않다"며 혀를 내두른다. 5위 싸움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와 SK는 지난 주 kt를 상대로 연패를 당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KIA는 30일 넥센 히어로즈에 패하며 5연패를 당했는데, 27~28일 kt에 덜미를 잡힌 것이 하락세로 접어든 결정적인 계기였다. SK는 3연승을 달리다 29~30일 kt에 이틀 연속 넉아웃당하며 기세가 꺾였다.
kt의 상승세의 원동력은 물론 안정된 마운드다. 4연승 동안 경기당 평균 2.25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특히 불펜진 운영이 상위권팀 못지 않은 일사불란함과 정교함을 자랑한다. 조무근 최원재 홍성용 장시환 등 필승조가 갖춰져 있다. 선발 마운드도 에이스 옥스프링을 비롯해 저마노, 정대현, 정성곤 등이 자기 순서를 꼬박꼬박 지키고 있다.
그러나 마운드 못지 않게 타선도 폭발력이 무서워졌다. 4연승 동안 경기당 평균 7.75득점을 올렸다. kt는 31일 현재 팀타율 2할7푼5리로 6위이고, 팀홈런은 110개로 공동 4위다. 그러나 kt의 공격력을 시즌 전체 수치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에 한층 짜임새있는 공격을 펼치고 있다. 특히 8월 한달간 팀타율(0.311)과 팀홈런(39개)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우선 톱타자 오정복이 완벽하게 자리를 잡으며 이대형과 이룬 테이블세터가 막강해졌다. 지난 6월 트레이드를 통해 NC에서 이적한 오정복은 kt에서 타율 2할9푼4리, 출루율 3할9푼8리를 기록중이다. 조범현 감독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살아나가면 마르테, 김상현까지 연결되니까 점수가 난다. 당분간 오정복과 이대형으로 시작하는 타순을 쓸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마르테, 김상현, 박경수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폭발력 역시 최근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 이날 SK전에서는 박경수가 1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렸고, 마르테는 7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아치를 그렸다. kt는 이미 신생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섰고, 20홈런 타자가 벌써 두 명이나 나왔다. 김상현과 박경수가 각각 23개, 21개의 홈런을 쳤다. 역대 신생팀 가운데 첫 시즌에 20홈런 타자를 2명 배출한 팀은 kt가 처음이다. 마르테도 홈런 1개를 보태면 20홈런 고지에 오른다.
여기에 또다른 외국인 타자 댄블랙이 손목 부상서 회복돼 이번 주 복귀한다. 지난 6월초 kt에 입단하자마자 활력을 불어넣었던 댄블랙의 합류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될 전망이다.
kt의 상승세가 흥미로운 것은 앞으로 순위 싸움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kt를 우습게 봤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경고를 다른 팀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