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가 성실함을 가늠한다고 하면 가을야구는 그릇, 천재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선수는 연봉인상, FA는 대박 디딤돌, 감독은 재계약, 외국인선수는 잔류를 못박을 수 있다. 두산 니퍼트가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 완봉승으로 재계약 9부 능선을 넘었다.
니퍼트는 PO1차전에서 최고 153㎞의 강력한 직구와 체인지업을 앞세워 막강 NC타선을 상대로 3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니퍼트가 최고의 피칭을 했다. 양의지는 '그냥 한 가운데 앉아 있었다'고 하더라. 그만큼 볼이 좋았다. 니퍼트를 대체할만한 투수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재계약 논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 이전까지 니퍼트의 재계약은 지극히 불투명했다. 2011년부터 5년째 한국야구를 경험하고 있는 니퍼트는 올시즌을 앞두고 연봉 150만달러로 역대 최고계약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부진했다. 6승5패에 평균자책점 5.10. 시즌 막판에는 어깨충돌 증후군이라는 원인을 알수 없는 통증과 싸웠다.
34세의 나이. 내년이면 한국야구 6년차다. 니퍼트의 장단점에 대해 다른 구단은 이미 현미경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훤히 다 안다. 두산은 내부적으로 니퍼트의 재계약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실현 확률은 낮게 봤다. 가을야구 들어 확 달라진 니퍼트는 이런 저런 우려를 한꺼번에 불식시키고 있다.
시즌 막판 3연승 등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팀의 4대3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PO 1차전은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했다. 올해 성적을 감안할 때 두산으로선 심한 출혈을 감당하지 않아도 니퍼트를 주저 앉힐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선 선수가 가을 야구에 강하다는 것만한 기대감은 없다. 지난해 퇴출 위기에 놓였던 넥센 스나이더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타율 0.432,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1년 내내 스나이더 때문에 골머리를 싸맸던 LG는 거물급 타자를 물색하며 버렸지만 넥센은 가을향기에 취해 헐값에 스나이더를 취했고, 본전을 뽑았다. 삼성 윤성환의 80억원 FA대박 이유 중 하나도 그해 한국시리즈 2승이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아무리 우승을 해도 이듬해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면 퇴출 위기에 놓이는 것이 감독 자리"라고 했다. 가을야구는 기대감이 큰만큼 실망도 크다. 욕심을 내고 이를 악물면 더 꼬이는 것이 야구다. 큰 경기에 강한 이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DNA가 있다. 반대로 가을에 약하면 타격은 오래간다.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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