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전에 꼭 던지고 싶냐고 하신다면, 아니요라고 하죠. 그런데 나가도 자신은 있습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났던 두산 베어스 투수 이현호. 당시 두산은 원정에서 1차전을 승리했다. 로테이션상 두산 4선발은 이현호로 내정돼있었는데, 이현호가 4차전 선발로 등판하려면 두산이 무조건 1경기를 져야했다. 3연승으로 끝이 난다면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 선발 기회가 없어지게 되는 것. 선수라면 누구나 더 큰 무대 중요한 선발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이현호는 이에 대해 "제가 안나가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면 우리팀이 3연승인 것 아닌가요"라고 하면서도 "중요한 경기에 나선다고 해도 자신은 있습니다"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에서도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투구만큼이나 시원시원하고 똑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플레이오프 당시에는 두산이 2, 3차전을 모두 내줘 1승2패로 몰려 4차전 더스틴 니퍼트 조기 투입 강수를 뒀다. 그래서 이현호는 4차전을 치르는데도 기회를 얻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기다렸더니 더 큰 무대 더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서게 됐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의 4차전 경기, 두산 선발은 이현호다.
어린 투수에게 참 어려운 가을 무대다. 이현호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롱릴리프 역할을 부여받았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로 나서 3이닝 3실점을 기록했지만, 팀이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기에 기뻤다. 플레이오프 때는 선발로 준비하다 시리즈가 꼬이는 바람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국시리즈도 처음엔 선발인지, 불펜인지 역할이 모호했다. 하지만 1차전 믿었던 함덕주가 무너지며 왼손 대안이 필요했고, 이현호가 2차전 훌륭한 투구를 하며 그대로 함덕주의 역할을 이어받는 좌완 필승 불펜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3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서나가자 다시 여유가 있는 4차전 이현호 선발 카드가 등장했다. 이현호가 4차전을 막아주면 두산은 유희관-니퍼트-장원준 순으로 5-6-7차전 선발 대기가 가능해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유리해진다.
과연 이현호가 그렇게도 기다렸던 선발 등판에서 대형 사고를 칠 수 있을까. 구위와 배짱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투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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