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와 33일. 전자는 류현진(LA 다저스)의 케이스, 후자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사례다.
10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박병호의 포스팅 응찰액으로 1285만 달러(약 147억원)을 써낸 구단이 미네소타 트윈스인 것으로 밝혀지며 사실상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KBO의 포스팅 공시→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포스팅 참가→넥센 히어로즈의 최고액 수용으로 이어진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더 중요한 단계가 남았다. 박병호 측과 미네소타의 연봉협상이다.
단독 교섭권을 따낸 미네소타와 박병호의 에이전트 옥타곤에게 주어진 시간은 28일이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다고 볼 수 있는 시간. 7일 포스팅 최고액이 공개됐기 때문에 연봉 협상 마감일은 12월8일이다. 이 기간 안에 양 측은 합의점을 도출해야만 한다. 이후 박병호가 메니컬 테스트에서 별 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입단이 확정된다. 12월 중순 안에는 미네소타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빅리그 진출의 꿈은 무산된다. 박병호는 히어로즈에 복귀하거나 일본 무대를 노크해야 하는 처지로 바뀐다.
강정호의 경우 모든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포스팅부터 계약까지 3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우선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을 요청한 날짜가 지난해 12월15일이다. 사무국은 닷새 뒤인 20일 최고 응찰액을 KBO에 통보했다. 넥센은 A구단이 적어낸 500만 달러를 곧장 수용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A구단이 피츠버그인 것으로 드러난 날짜는 12월23일. 양 측의 협상 마감일은 1월21일까지였다. 그런데 피츠버그와 강정호 측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월13일 "강정호가 4년 간 1100만 달러를 받는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이후 메디컬 체크도 빠르게 진행해 구단은 17일 강정호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즉, 협상 마감일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 것이다.
류현진은 정반대다. 협상 종료 20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2012년 12월10일. 류현진은 다저스와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둔 오전 7시가 다 돼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남은 시간은 약 40초였다. 몇 마디 말만 더 주고 받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순간. 류현진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결과를 통보를 해야 하는 다저스도 다급해졌다. 당시 다저스는 총액 3,000만 달러에 마이너리그 강등 옵션을 고집했다. 류현진은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에게 "마이너리그 강등 옵션이 포함된다면 절대로 계약하지 않겠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버텼다. 결국 20초를 남겨 둔 시점에서 다저스는 '항복'을 선언했다. 류현진측의 요구대로 600만 달러를 더 올려 총액을 맞췄고, 마이너리그 옵션 조항을 없앤 '온전한' 메이저리그 계약을 성사시켰다.
박병호의 경우 류현진처럼 길게 끌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포스팅 액수가 만만치 않고 이미 국내에서 보여준 결과물도 충분한 탓에 미네소타가 굳이 마이너리그 강등 옵션을 고집할 리는 없다. 또 에이전트가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옥타곤이다. 이 회사의 대표 앨런 네로는 보라스처럼 악명 높은 인물이 아니다. 합리적인 선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박병호도 협상 마감일인 12월8일 이전에 구단의 공식 계약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