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을 기다려왔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거뒀다.
28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서 성남을 1대0으로 힘겹게 제압하며 올 시즌 12경기 만에 마수걸이 승리를 맛봤다.
인천으로서는 1승 이상의 값진 승리다. 좀처럼 이기기 힘들다는 다크호스 성남을 원정에서 상대했고, 누적된 인천 서포터스의 불신감을 크게 해소할 수 있었다.
값진 승리의 주역은 후반 34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뜨린 외국인 공격수 케빈이었다.
숨은 공신도 있다. 골키퍼 조수혁(29)이다. 조수혁은 이날 결정적인 슈퍼세이브를 앞세워 성남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반 31분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의 위협적인 터닝슛을 힘겹게 막아낸 그는 44분 성남 김동희와 1대1 위기 때도 반박자 빠른 판단력으로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수비 우선의 전술을 들고 나와 연신 몰릴 수밖에 없었던 인천으로서는 조수혁의 선방이 없었다면 후반까지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조수혁으로서는 의미있는 복수전이었다. 조수혁은 "다시 만나면 무실점으로 막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성남전에 나서는 날만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33라운드 인천-성남전은 인천 팬들에게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경기였다. 당시 인천은 성남에 0대1로 패하는 바람에 다 잡았던 상위 스플릿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
공고롭게도 후반 막판 선발 수문장이던 조수혁이 상대 선수와 충돌로 오른쪽 후방 십자인대를 다쳐 교체된 뒤 통한의 실점을 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조수혁은 라커룸 복도에서 펑펑 울었고, 김도훈 인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 도중 조수혁의 눈물을 떠올리다 오열했다. 조수혁은 "패배에 대한 원통함보다 프로 데뷔 8년 만에 주전급으로 자리 잡기 위해 피눈물로 고생하고 노력했는데 불의의 부상 덫에 걸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8년 프로에 입단(FC서울)한 조수혁은 2015년 인천에서 비로소 K리그에 데뷔해 10경기를 뛰었고 4실점으로 0점대 방어율을 자랑했다. 김 감독은 베테랑 유 현의 이적에 대비해 조수혁을 키워왔다.
조수혁은 통한의 성남전 부상으로 7개월의 공백을 딛고 지난 22일 광주전(0대1 패)부터 복귀했다. 그에게 진정한 복귀전은 이번 성남전이었다. 광주전은 케빈이 경고누적으로 출전 못했고, 전반 이효균의 퇴장으로 '차', '포' 뗀 장기판이나 다름없었다. 7개월 전 바로 그 장소에서 팀이 더이상 패하면 안되는 벼랑 끝 위기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탠 것이다.
"그동안 재활하면서 2015년처럼 잘 할 수 있을까 불안감도 많았고 팀 성적 부진까지 겹쳐 복귀하는 게 두렵기도 했다"고 고백한 조수혁은 "사실 부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걱정된 적도 있었지만 외적인 요인에 흥분하지 말고 침착함만 잃지말라는 주변의 조언을 생각하며 성남전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번 성남전은 프로 경력 12경기 가운데 가장 바쁘고, 힘든 경기였다.
"0점대 방어율을 지키고 싶다. 인천에서 골키퍼를 걱정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소망"이라는 조수혁은 또다른 숨은 조력자로 스승 김도훈 감독을 꼽았다. "사실 좀 더 일찍 복귀하려 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무리하게 몸을 만들었다가 덧나면 더 큰 화를 겪을 수 있다며 온전한 상태로의 복귀를 기다려주셨다." 눈 앞의 부진 탈출보다 선수생명을 존중해 준 김 감독의 믿음에 조수혁은 감동받았고 멋지게 화답했다.
한때 감독을 울렸다가 이번엔 웃음을 선사한 조수혁. 인천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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