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가장 뜨거웠던 타선은 타이거즈의 몫이었다.
7월1일부터 11일까지 무려 3할4푼3리. 팀 타율 1위였다. 타격 사이클은 절정이었다.
하지만, 12일 SK와의 주중 홈 3연전에 들어오면서 타선은 식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클러치 결정력에 빈약해졌다.
야구는 상대적이다. 투타가 서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에이스가 나오면 상대팀 타율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분석도 마찬가지다. 투타의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투수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이 타선의 결정력 빈약함으로 변모될 수 있다. 상당히 민감하면서도 흥미로운 요소다.
13일 KIA와 SK의 경기가 그랬다. KIA는 3회까지 무려 7개의 잔루를 기록했다. 이날 양팀 에이스의 맞대결이었다. KIA 헥터 노에시는 6회까지 2실점했지만, 전체적으로 SK 타선을 압도하는 양상. 반면, SK 메릴 켈리는 컨디션이 올 시즌 들어 최악이었다. 정확히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단적인 기록이 있었다. 이전까지 켈리의 이닝 당 볼넷 비율은 2.62. 리그 8위로 매우 뛰어났다. 그런데 이날 5회까지 4사구는 무려 5개였다. 특히 위기 고조시키는 '악성 볼넷'이 많았다. 그만큼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KIA 타선은 5회까지 단 1득점에 그쳤다.
1회부터 KIA는 찬스를 잡았다. 2사 1루 상황에서 켈리는 이범호에게 몸에 맞는 볼, 필에게 볼넷을 내줬다.
서동욱이 타석에 섰다. 확실한 노림수를 가지고 있었다. 볼넷 이후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구종과 존을 설정한 뒤 적극적 타격을 했다. 초구 148㎞ 패스트볼이 약간 몰렸다. 서동욱은 망설임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좌익수 플라이. 1회 만루 찬스는 무산됐다.
2회에도 KIA는 선두타자 김원섭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켈리는 백용환과 강한울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페이스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김호령에게 또 다시 볼넷. 2사 1, 2루의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는 1회 안타를 뽑아냈던 신종길. 켈리는 연거푸 3개의 볼을 던졌다. 확실히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4구째 143㎞의 평범한 패스트볼을 한 가운데 찔러 넣었다. 신종길은 참았다. 상황상, 그럴 수밖에 없었다. 켈리의 컨트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4구째 148㎞ 패스트볼이 또 다시 가운데 낮게 왔다. 신종길은 배트를 휘둘렀지만, 1루수 앞 땅볼. 두번째 찬스가 무산됐다.
3회 또 다시 기회를 잡았다. 이범호와 필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그런데 서동욱이 1루수 앞 땅볼을 쳤다. 1루 주자가 2루에서 포스 아웃. 2사 1, 3루가 됐다. 2회 안타를 뽑아낸 김원섭이 등장했다.
여기에서 켈리의 진가가 발휘됐다. 초구 볼을 던진 켈리는 2구째 145㎞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찔러 넣었다. 반응하기 쉽지 않은 공. 그리고 128㎞ 서클 체인지업을 또 다시 몸쪽에 구사했다.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는 매우 위력적인 공. 김원섭은 헛스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정구가 곧바로 들어왔다. 149㎞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그대로 들어왔다. 삼진 아웃. KIA의 세번째 득점 찬스가 또 다시 없어졌다.
0-1로 뒤지던 KIA는 5회 황금 찬스를 잡았다. 켈리가 위기를 자초했다. 선두 타자 신종길을 볼넷. 도루 후 악송구로 무사 3루. 김주찬도 볼넷. 무사 1, 3루가 됐다.
이범호는 베테랑다웠다. 1B 상황에서 145㎞ 패스트볼을 욕심내지 않고 외야로 날려 보냈다. 결국 KIA는 천신만고 끝에 동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필의 좌익수 플라이, 서동욱의 삼진으로 추가점 획득에는 실패.
결과는 단순하지 않다. 상대 투수와 상대 타자의 피드백 속에서 결론이 나온다. 이날, KIA는 뜨겁게 타올랐던 타격 사이클이 식어가는 모습. 또, SK 켈리는 최악의 컨디션에서도 끈질기게 버티는 에이스의 면모를 보였다. 두 가지가 결합된 KIA의 3이닝 잔루 7개였다. 광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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