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신이 주시는 겁니다."
서정복 한국 유도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나며 이 같이 말했다. "남자 선수들은 세계랭킹이 높아 전 체급에서 메달을 기대한다"면서도 "현실적인 금메달 목표는 2개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올림픽이란 무대는 그렇다. 어떤 일이 벌어질 줄 모른다"고 했다. 왕기춘을 예로 들었다. 송대남 남자 대표팀 코치는 또 다른 예였다. 그는 "4년 전 런던에서 모두가 왕기춘이 메달을 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했다. 대신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송 코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늘 이변이 일어나는 곳이 올림픽"이라고 했다.
남자 60㎏급 세계랭킹 1위 김원진(24·양주시청)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남녀 모든 체급을 통틀어 가장 먼저 출전했으나 기대와 달리 노메달로 2016 리우 올림픽을 마감했다. 김원진은 7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리카 아레나2에서 열린 8강전에서 세계랭킹 18위 베슬란 무드라노프(러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중반까지 지도 2개를 빼앗기며 힘겹게 싸운 그는 경기 종료 29초를 남기고 한판패를 당했다. 시간에 쫓겨 공격적으로 달려들다 오히려 되치기를 허용했다.
김원진은 패자부활전에서도 일본의 다카토 나오히사(8위)에게 무릎을 꿇었다. 유효패를 당해 동메달 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시작 1분 32초 만에 지도를 받았다. 경기 종료 2분 4초를 남기고는 안뒤축 되치기 유효를 내줬다. 그는 경기 막판 수비적으로 나선 다카토에게 지도 2개를 얻어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김원진은 지난 5월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이 집중 조명한 한국 유도 경량급의 간판이다. IOC는 홈페이지에 "한국의 김원진과 안바울(66㎏급)이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며 "리우에서 금메달을 조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김원진은 한국 유도의 세대교체를 이끈 선수"라며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옐도스 스메토프(4위·카자흐스탄)이 강력한 우승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스메토프와 붙어 보지 못했고, '천적' 다카토와의 상대 전적은 5전5패가 됐다. 김원진은 '제2의 최민호'로 평가받으며 체력, 기술 훈련을 수개월간 병행했으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랑프리 대회와 올림픽은 무게감부터 달랐다. 물론 이는 김원진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이번 대회 60㎏급 우승자는 스메토프도, 타카토도 아니었다. 8강에서 김원진을 꺾은 무드라노프가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그는 앞선 대회까지 올림픽 메달은 고사하고 세계선수권 우승 이력도 없었지만 강호들을 내리 꺾었다. 파란이었다.
이에 따라 남은 대회 남자 대표팀은 삼중고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확인했다. 먼저 경험 부족이다. 7개 체급 가운데 100㎏ 이상급 김성민(29·양주시청)을 제외하면 전원이 첫 올림픽이다. 대부분 세계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해도 경기 운영 능력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최민호, 송대남 코치가 하는 조언에도 한계가 있다. 김원진도 큰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부담감 때문에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는 평이다.
'타도 일본'에 앞서 유럽 선수도 경계해야 한다. 그간 대표팀은 '천적'이 많은 일본을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비디오 분석뿐 아니라 올림픽에 앞서 전지훈련도 일본으로 다녀왔다. 그런데 유럽 선수들 기량도 만만치 않다. 단순하고 투박한 기술이지만 힘을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달려들고 있다. 그럴 경우 당황하는 쪽은 우리다. 올림픽에서 세계 랭킹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표팀은 유럽 선수를 꺾어야 일본 선수와도 맞붙을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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