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는 선발 로테이션 싸움이라고 했다. 로테이션이 불안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는 것은 불펜이 웬만큼 탄탄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올해 두산 베어스가 선발 '빅4'를 앞세워 선두를 질주하는 것이 좋은 예다. 반면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 등 세 팀은 시즌 내내 선발진 운영에 애를 먹으며 어려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아직 두 자리 승수를 올린 투수가 없는 팀은 이들 뿐이다. 세 팀의 공통점은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다.
9일 현재 한화에서 팀내 최다승은 8승을 거둔 송창식이다. 그러나 송창식은 올해 선발로는 한 번 등판한 불펜 요원이다. 구원승만 8개다. 송창식 다음으로는 6승 투수가 5명인데, 이 가운데 선발투수는 카스티요, 장민재, 윤규진 등 3명이다. 선발승만 따지면 장민재가 5개, 카스티요와 윤규진이 각각 4개다. 한화 선발진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토종과 외국인 투수 구분할 것 없이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투수가 없다. 워낙 로테이션이 약하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선발승은 물론 퀄리티스타트를 올리기라도 하면 뉴스가 될 정도다.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떠난 이후 선발진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 2013~2014년에는 팀내 선발승 최다 기록이 각각 바티스타와 이태양의 7승이었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형편이 나았던 편. 안영명과 탈보트가 선발로 나란히 10승을 따내며 로테이션의 두 축을 형성했고, 후반기에는 로저스가 가세해 그런대로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올시즌에는 큰 기대를 걸었던 로저스의 부상 이탈이 뼈아프다.
롯데는 올해 선발진이 급격히 붕괴된 팀이다. 외국인 듀오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지난해 각각 13승, 11승을 따낸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2년차인 올해 약속이나 한듯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현재 린드블럼이 8승, 레일리가 7승이다. 16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99을 기록중인 레일리는 그나마 팀공헌도 면에서는 나은 편이다. 린드블럼은 평균자책점이 5.42로 규정이닝 넘긴 투수 15명 가운데 14위에 처져 있다. 9월 들어 두 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기는 했지만 지난 5개월간의 부진을 씻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7승을 따낸 '영건' 박세웅의 성장이 눈에 띄지만 그는 지난 7월 27일 LG 트윈스전 이후 6연패에 빠져 있다.
롯데는 올해 10승 투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린드블럼과 레일리, 박세웅은 각각 4번 정도의 등판을 남겨놓고 있는데 10승 고지에 오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시즌 롯데의 10승 투수 탄생은 포스트시즌 진출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롯데에서 10승 투수가 나오지 않은 것은 2004년이 마지막이다. 롯데는 이후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유먼 등 에이스급 투수를 꾸준했다.
kt는 한화, 롯데와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올해가 1군 참가 2년째로 선수단 구성이 아직은 다른 팀에 비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날 현재 팀내 최다인 7승을 올린 김재윤은 마무리 투수다. 선발 최다승은 마리몬, 밴와트, 주 권 등 3명이 기록한 6승이다. kt는 올해 외국인 투수 실패가 치명적이다. 선발진이 흔들린 가장 큰 이유다. 또 지난해 가능성을 보였던 정대현과 엄상백은 올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다만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주 권의 성장은 눈여겨 볼만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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