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전 대한체육회 부회장(61)이 통합체육회를 이끌 초대 수장으로 당선됐다.
신임 이 회장은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0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892표 가운데 294표로 최다 득표를 획득했다.
장호성 후보가 213표로 2위에 올랐고 전병관 후보가 189표, 이에리사 후보는 171표를 얻었다. 장정수 후보는 25표에 그쳤다.
이날 투표 결과를 두고 일부 쳬육계 인사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은 그동안 이른바 '야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과정에서 통합을 밀어붙인 문체부와 갈등을 빚었다. 대다수 체육인들은 이른바 문체부가 지원하거나 정부 친화적으로 알려진 장호성, 전병관, 이에리사 후보 가운데 1명이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표심은 달랐다. 이날 선거를 분석해보면, 한편으로는 예견된 결과였다.
우선 '여권' 표가 갈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여권' 후보가 난립한 것이 원인이다.
문체부가 지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장호성, 전병관 후보의 득표수를 합치면 이 회장의 득표를 크게 앞선다. 장호성 후보의 경우 이 회장과 81표 차이다. '여권'에서 표가 분산되면서 이 회장에게 돌아갈 고정표가 상대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전국체전 변수도 일부 작용했다. 이번 선거를 위해 각계에서 꾸려진 선거인단은 총 1405명이었다. 전체 선거인 가운데 63% 가량이 투표에 참가했다. 전국체전이 충남 지역에서 7일 개막하기 때문에 체전에 참가하는 엘리트 체육인들은 상당수 투표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체전에 참가하는 선거인들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30대의 버스(40인승)를 동원했다. 이 가운데 버스를 이용한 이는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체육인들이 상당수 불참하면서 엘리트 지지세가 만만치 않은 다른 후보들의 득표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여기에 이 회장을 선택한 밑바닥 표심에는 문체부에 대한 견제심리와 동정심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선거인은 "당초 총 600명 정도 투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래도 엘리트 체육인들이 생각보다는 많이 참가했더라. 이들 중 상당수가 이기흥 후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종목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통합 과정에서 문체부에 할 소리를 하는 강단을 보인 것이 체육인들에게는 오히려 대리 만족이 됐다"면서 "요즘 체육인 사이에서는 문체부의 간섭이 너무 심해 상대적 박탈감이 적지 않다. 이 회장이라면 체육인의 목소리를 소신있게 전달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끌던 수영연맹의 내부 비리사건도 이 회장에게는 거꾸로 전화위복이 됐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수영연맹에서 물러났지만, 이 회장 개인의 불법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체육인을 대변하다가 핍박받는 '피해자'로 비쳐졌고 개인 비리가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신뢰감을 얻게 됐다는 게 대다수 체육인들의 분석이다.
결국 이 회장의 당선은 그동안 정부 눈치보느라 바짝 엎드려 있던 표심이 투표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면서 이뤄진 결과였다.
올림픽홀=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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