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의 희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남자 김연아' 차준환(16·휘문중)과 '포스트 김연아' 임은수(14·한강중)이 대만 타이페이에서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둘은 19일 막을 내린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톱5에 진입했다. 은퇴한 '피겨여왕' 김연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82.34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60.11점, 합계 242.45점으로 5위를 기록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쉬운 엉덩방아로 메달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본인의 ISU 공인대회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특히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며 같은날 러시아의 드미트리 알리에프(83.48점)에게 뺏기기 전까지 ISU 역대 주니어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81.37점)을 넘기도 했다. 차준환은 5위에 오르며 1988년 장성일(6위)이 세운 한국 남자 선수 최고 성적도 뛰어넘었다. 임은수도 쇼트프로그램에서 64.78점, 프리스케이팅에서 116.0점을 더해 총점 180.18점으로 4위에 올랐다. 예상 밖의 선전으로 메달문턱까지 진입했다. 임은수의 이번 대회 점수는 ISU 개인 최고점이었고, 4위는 2006년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이후 여자선수로는 최고 성적이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는 주니어 레벨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그런 대회에서 한국 남녀 선수가 동반 톱5에 들었다. 사상 첫 쾌거. 한국 피겨가 편중의 시대를 넘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차준환 임은수가 동반 톱5를 달성하며 귀중한 선물을 얻었다.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 러시아에 이어 국가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국가 순위 3위 이내에 들어 다음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티켓 14장 확보했다. 7번의 대회에서 2명씩 선수를 파견할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줄 수 있다. 특히 다음 시즌에는 '신동' 유 영(13·문원초)이 주니어 무대 데뷔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과제도 있었다. 이번 대회는 성인 무대 못지 않은 '4회전 점프 전쟁'이 펼쳐졌다. 우승을 차지한 미국의 빈센트 저우는 4회전 점프만 3번을 시도했다. 러시아의 희망 알리예프와 알렉산더 사마린 역시 쿼드러플 점프를 깨끗히 성공시켰다. 반면 차준환은 쿼드러플살코라는 무기가 있지만 아직 100% 완성된 것은 아니다. 결국 차준환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4회전 점프를 더욱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임은수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물론 임은수는 톱5에 진입한 선수들 중 가장 어렸다. 하지만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이 득세하는 주니어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안정된 연기와 확실한 포인트가 필요하다. 다행히 임은수는 한국 여자 피겨에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하며 자국 무대부터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차준환과 달리 동기부여와 경쟁심 면에서 더욱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떠난 뒤 한국 피겨에는 짙은 그림자가 졌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는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희망의 불씨를 붙인 '연아 키즈'들이 있었다. 대만에서 날아온 낭보, 분명 한국 피겨는 성장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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