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투 논란을 잊혀지게 할 깜짝 호투.
넥센 히어로즈가 LG 트윈스와의 25일 경기를 4대2 승리로 가져가면서, 2승1패 위닝시리즈를 장식했다. 결승타를 친 고종욱, 3안타를 몰아친 허정협, 세 번째 투수로 2이닝 무실점 투구를 한 조상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경기였다. 하지만 선발 윤영삼의 호투가 없었다면 넥센 승리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경기의 무게감은 LG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LG는 에이스이자 최근 무서운 투구를 하고 있는 데이비드 허프가 선발이었고, 넥센은 1군 통산 3경기 등판이 전부인 윤영삼 카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게 야구. 윤영삼이 5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4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주면서 중반까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고, 경기 후반 힘을 몰아 승리를 챙겼다. 윤영삼이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팀 동료들은 열렬히 그를 환영했다.
운도 따랐다. 생애 첫 선발등판하는 투수는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면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1회초 선두타자 이형종에게 내야안타를 맞을 때는 불길했다. 하지만 이형종이 도루를 시도하다 헬멧에 태그가 되는 상황으로 아웃이 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2회초 정성훈에게 선제 솔로포를 내주며 다운될 뻔 했지만, 2회말 타선이 2-1 역전에 성공해 윤영삼을 도왔다.
이날 경기 전까지 1군 등판이 고작 3경기였지만, 윤영삼은 이미 어느 정도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선수. 벌투 논란 때문이었다. 2014년 5월 7일, 프로 3년 차에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았다. 팀이 2-12로 밀리던 3회초 등판했다. 패전처리였다. 그리고 윤영삼은 4이닝 동안 12실점을 하는 최악의 피칭을 했다. 프로 데뷔전 치고 너무 참혹했다. 당시 팀을 이끌던 염경엽 감독은 윤영삼 벌투 논란으로 애를 먹었다. 윤영삼은 경기 다음날 1군에서 말소됐다. 이후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했다.
군 전역 후 올 해도 출발은 2군이었다. 지난 15일 NC전에 중간계투로 등판해 4이닝 무실점 투구를 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다시 한 번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선발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안정적인 선발 데뷔전으로 장정석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1km에 그쳤으나 주무기인 포크볼이 잘 떨어져 LG 타자들과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었다. 제구도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넥센이 현재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 가동이 어려워 다시 한 번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윤영삼은 경기 후 "지난 한화전 즈음 첫 선발 얘기를 들었다. 고척돔에 돌아오니 긴장이 많이 됐다. 4회 힘이 많이 떨어져 더 집중을 했다. 한 타자, 한 타자 잡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다. 5회를 채우고 싶었지만 그걸 못한 건 아쉽다. 승리 투수 욕심은 없었다. 그저 배운다는 심정으로 던졌다. 앞으로도 보직에 관계 없이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 장정석 감독은 "윤영삼이 최고의 수훈갑"이라고 칭찬했다.
벌투 논란이라는 좋지 않은 얘기로 이름을 알렸던 윤영삼. 아픈 기억을 묻어두고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고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