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더 재미있어졌다."
'수퍼소닉' 전가을(29·현대제철)이 돌아왔다. 2일 서울시청과의 WK리그 14라운드 원정전(5대0 승), 후반 17분 전가을의 머리가 번쩍 빛났다. 지난달 30일 보은상무와의 WK리그 13라운드 홈 경기(5대1승)에서 시즌 첫골, '컴백골'을 터뜨린 지 불과 사흘만이다. 전가을은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됐다. 10대 때부터 한국 여자축구의 희망이었던 공격수, '서른살 골잡이' 전가을에게 연속골의 비결을 묻자 "축구가 점점점 재미있어졌다. 더더더 알고 싶어진다"고 답했다.
▶2경기 연속골 "너무 좋다"
지난해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초로 미국여자축구리그(NWSL) 웨스턴뉴욕 플래시에 입단했던 전가을은 2경기에 나섰지만, 발목 부상으로 뜻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6월 말 수술대에 올랐고, 긴 재활을 거친 후 올 시즌 다시 WK리그 그라운드에 섰다. 현대제철로 복귀한 후 익숙한 7번 대신 '30번' 등번호를 받았다. "서른 살, 30골 넣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었다.
봄날은 시련이었다. 여름 햇살이 뜨거워지면서 전가을의 발끝도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 30일, 수술 후 딱 1년만의 경기에서 복귀골을 터뜨리더니, 내친 김에 2경기 연속골까지 밀어넣었다. 따이스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으며 전천후 골잡이의 능력을 입증했다. "따이스와 약속한 플레이가 통했다. 따이스가 경기전 잘 올려줄테니 잘라들어오지 말고 넓혀들어가면서 뒤에서 기다려라. 널 보고 뒤에서 찍어 올려주겠다고 했다. 작전대로 딱 맞아떨어졌다"며 미소지었다.
후반 교체 투입, 전가을은 골을 열망했지만 욕심은 내려놓았다. "'아, 오늘도 골 넣으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욕심 부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니 골이 들어간다"고 했다. 2경기 연속골 후 전가을은 "너무 좋다. 정말 좋다"를 반복했다. "첫골도 너무 좋았지만, 좀 얼떨떨했다. 두번째 골, 연속골을 터뜨리니 자신감이 더 생긴다. 최인철 감독님도 '이제 됐다. 돌아오는 것같다'고 말씀해주셔서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자신있게, 전가을이 돌아왔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WK리그 1강' 현대제철은 전가을의 맹활약 속에 2경기 연속 대승을 거뒀다. "현대제철은 강팀이다. 올해 더 완성된 느낌이 든다. 떠나기 전보다 더 좋아졌다. 특히 비야(14골), 따이스(7골)는 '미친' 것 같다. 정말 잘한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짧은 여름휴가에 들어가게 됐다.
▶서른살, 가을의 전설은 계속된다
미국에서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라운드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작년에 미국에 가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술도 했고, 힘든 부분도 있었다. 주위의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또다시 도전을 선택할 것이다. 힘들더라도 또 겪어낼 것이다. 시련도 실패도 다 경험이고 배움이다."
리그 복귀 후 힘든 시기도 그런 도전적인 마음으로 버텨냈다. "당연히 공격수는 그라운드에서 증명해야 한다. 마음으로는 늘 벼르고 있었다. '그래, 두고봐라, 좀만 기다려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가을은 잇단 시련 후 더욱 강해졌다. 축구를 보는 눈이 넓어졌고, 즐길 줄도 알게 됐다. "한국나이로 서른이다. 이제 축구가 더 재미있다. 더 쉽고 더 재미있다"고 했다. "전술적으로 이해가 안됐던 부분들이 이해되고, 다같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다같이 만드는 플레이가 너무 재미있고, 그게 맞아떨어질 때 희열을 느낀다. 축구가 점점점 재미있어서 더더더 알고 싶다."
K리그 클래식에서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빛나는 30대 남자 공격수들의 활약 역시 '동기부여'이자 '자극제'다. "이동국 선수도 그렇고 최근에 이근호 선수,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기도 하고… 성별은 다르지만 그런 선배님들의 플레이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15년 캐나다월드컵, 코스타리카전(2대2무)에서 짜릿한 헤딩골을 터뜨렸던 전가을은 2019년 프랑스월드컵에도 '물론' 도전할 생각이다. "프랑스월드컵? 물론 가고 싶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 필요한 선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에 나이가 어디 있나. 그라운드에서 나이가 어려서, 혹은 많아서 못 뛰고 그런 것은 없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