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월드클래스다!'
2003년 4월8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2002~200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후 나온 영국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당시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루이스 피구, 라울, 호베르투 카를로스 등 갈락티코가 포진한 레알 마드리드는 영국 축구의 자존심이라던 리오 퍼디낸드, 데이비드 베컴 등이 나선 맨유를 그야말로 박살내버렸다. 스코어는 3대1이었지만, 내용에서는 압도적이었다. 피구, 지단을 중심으로 한 놀라운 개인기는 맨유 선수들의 기를 꺾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영국 언론이 '월드클래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명확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에 경배를, 월드클래스인척 하는 맨유의 플레이에 조소를 던지기 위해서였다.
2017년 8월9일, 역사는 또 한번 되풀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마케도니아 스코페 필리프 아레나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7년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스코어는 중요치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시종 맨유를 압도했다. 조제 무리뉴 감독은 스리백 카드를 꺼냈지만, 이 경기에서 전술은 의미가 없었다. 개인 기량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 로멜루 루카쿠, 폴 포그바, 빅토르 린델로프, 헨리크 미키타리안 등 맨유가 거액을 들여 수집한 선수들은 레알 마드리드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루카쿠는 한 골을 넣었지만 그게 다였다. 포그바는 아직까지 맨유에서 재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프리시즌부터 부진하던 린델로프는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올 시즌 내내 맨유의 재앙이 될수도 있다. 그나마 네마냐 마티치만에 제 몫을 했다.
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빠진 레알 마드리드는 100%가 아니었다. 프리시즌에서도 다소 부진했던 레알 마드리드였다. 하지만 정작 본게임이 시작되고 집중력을 높이자 다른 팀이 됐다. 특히 중원과 양 측면에서 차이가 갈렸다.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 카세미루로 이루어진 중원은 창의성과 견고함을 모두 갖췄다. 이스코까지 가세한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은 당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맨유의 수비진을 바보로 만든 후반 9분 이스코의 골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의 수준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세계 최고의 윙백 듀오 마르셀루와 다니 카르바할은 맨유의 측면을 유린했다. 중원에서는 그나마 마티치의 분전으로 버터냈지만 측면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물론 조제 무리뉴 감독의 말대로 맨유 역시 좋은 모습을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맨유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지금 선수단을 만든 것은 더 높은 수준에 올라서기 위해서다. 그러나 너무도 강한 레알 마드리드 앞에서 맨유의 민낯이 모두 드러났다. 수준차이는 명확했다. 가혹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월드클래스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에 안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