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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타점' 러프, 3~4월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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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타자 영입을 놓고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4번 타자 출신 마우로 고메스의 합류가 확정적이었는데, 메디컬 체크를 회피하자 계약을 포기했다. 2016년 시즌에 외국인 선수들의 줄부상과 부진으로 곤욕을 치른 삼성이다. 부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이름값이 있다고 해도, 특정 선수에게 미련을 둘 이유가 없었다. 고메스를 대신해 데려온 연봉 110만달러, 오른손 타자 다린 러프(31). 계약이 늦어져 오키나와 전지훈련중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30대 초반 1루수. 당연히 기대가 컸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30홈런-100타점'을 얘기했다. 모든 지도자가 외국인 타자에게 바라는 성적이다. 최형우 박석민 등 주축 타자들이 빠져나가 헐거워진 라이온즈 타선에는 '거포'가 필요했다.

그런데 러프의 진면목이 드러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3~4월 18경기에서 타율 1할5푼(60타수 9안타)-2홈런-5타점-OPS(출루율+장타율) 5할5푼1리. 계속된 부진에 김한수 감독은 아쉬워하면서도 "적응에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좋아질 것이다"고 했다. 뛰어난 자질과 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 인성을 칭찬했다. 그러나 러프, 구단 모두 밑바닥을 드러내며 혹독한 3~4월을 이겨내야 했다. 김한수 감독은 5월 말 러프를 휴식을 겸해 2군으로 내려보냈다. 이 시기에 구단 안팎에선 퇴출 얘기가 나왔다.

5월 초 1군 복귀와 함께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서서히 '4번 타자'로 뿌리를 내린 러프는 '4번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러프는 5일 대구 NC 다이노스전 8회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 홈런으로 3타점을 추가해 시즌 100타점을 넘어섰다. 삼성 구단과 러프에게 의미있는 100타점 돌파다. 삼성 외국인 타자로는 훌리오 프랑코, 야마이코 나바로에 이어 세 번째 세 자릿수 타점이다. 이 경기에서 그는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때렸다.

러프의 KBO리그 경력은 '5월 이전'과 '5월 이후'로 나뉜다. 5월 이후 99경기에서 타율 3할3푼1리(381타수 126안타)-23홈런-96타점-OPS 9할9푼을 기록했다. 지난 3~4월 시행착오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겠지만, 시련의 시간이 짧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쨌든 지난해 아롬 발디리스 악몽을 완전히 털어냈다. 지난해 발디리스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44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2할6푼6리-8홈런-33타점을 기록하고 후반기에 퇴출됐다.

강타자의 기준점이 되는 '3할-30홈런-100타점'까지 노려볼만 하다. 5일 현재 타율 3할6리(441타수 135안타)-25홈런-101타점. 팀 내 홈런과 타점 모두 1위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홈런 5개를 추가하면 '3-30-100' 달성이다. 러프가 타선 좋은 상위권팀에 있었다면, 더 많은 홈런-타점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구단 입장에선 재계약이 당연해 보인다. 내년 시즌에도 러프가 삼성 유니폼을 입는다면, 시행착오없이 더 좋은 활약이 가능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