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SK 와이번스 선수들의 훈련이 마무리될 무렵. 몇 명의 외국인이 SK 덕아웃을 찾았다. 한 명의 복장은 특이했다. 골프화를 신고 골프복장에 골프 모자까지 써서 누가봐도 골프 선수같았다.
알고보니 아시안투어를 뛰고 있는 미국 골프선수 브렛 먼슨이었다. 골프선수가 왜 야구장에 왔을까.
사연은 이랬다. 브렛 먼슨은 14일부터 나흘간 베어즈베스트청라G.C에서 열리는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인근에 프로야구가 열리고 그 홈팀의 감독이 미국인인 트레이 힐만이다 보니 아시안투어 미디어에서 먼슨과 힐만 감독의 만남을 주선했다. 특히 먼슨도 야구와 관련이 있었다. 먼슨의 삼촌이 뉴욕 양키스의 스타 선수였던 서먼 먼슨이었던 것. 서먼 먼슨은 1969년 양키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고, 1970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1976년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던 스타 포수였다. 양키스에서 신인왕과 MVP에 모두 오른 선수는 서먼 먼슨 뿐이라고. 그는 1979년 자신이 몰던 경비행기가 추락하며 사망했다. 양키스에선 그의 등번호 15번을 영구결번했다.
힐만과 먼슨은 첫 만남이지만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그렇게 웃으며 일정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둘의 얘기는 생각보다 길었다. 힐만 감독이 손을 흔들며 말하는 것이 꼭 선수들에게 타격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힐만 감독과 얘기를 마친 먼슨은 야구 배트를 잡았다. 그러고는 그물망 앞에 서서 김성갑 수석코치가 던져주는 토스볼을 쳤다. 힐만 감독이 보는 가운데 몇차례 타격을 한 먼슨은 SK 선수들의 타격 훈련이 모두 끝난 뒤 배팅 케이지로 들어가 배팅을 했다. 아무래도 골프 스윙이다보니 뜨는 공이 많았다. 외야까지 날아가기는했지만 홈런성 타구는 나오지 않았다. 몇차례 타격을 한 뒤 먼슨의 야구 체험은 끝. 정수성 주루 코치는 먼슨에게 "역시 골프선수라 타격이 끝난 피니시 동작이 골프 스윙 때와 똑같다"고 웃으며 그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먼슨은 "힐만 감독님과 만나서 종목을 떠나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실제로 야구를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