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록 더 열심히 훈련해야죠."
이강원은 고개 숙이지 않았다. KB손해보험은 시즌 초반 가장 핫한 팀이다. 삼성화재와의 개막전에서 3대2로 승리한데 이어 18일 '디펜딩챔피언' 현대캐피탈을 셧아웃시키며 선두로 뛰어올랐다. KB손보가 현대캐피탈을 3대0으로 완파한 것은 프로 전환 후 처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KB손보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도 손색이 없는 팀"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2년차 세터' 황택의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고, 새로운 외인 알렉스는 그간 KB손보의 외인 잔혹사를 지우고 있다.
완벽한 KB손보의 유일한 아쉬움은 이강원이다. 2012~2013시즌 1순위로 LIG손해보험(KB손보의 전신) 유니폼을 입은 이강원은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 라이트로 올라섰다. 월드리그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친 이강원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에이스'였던 김요한을 OK저축은행으로 보냈다. 컵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인 이강원은 정작 본 무대에 접어들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경기에서 25득점에 머물렀고, 공격성공률은 42.31%에 그쳤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매 경기 후 "강원이만 조금 더 해줬으면…"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강원도 초반의 부진에 조금은 의기소침한 듯 했다. 그는 "두 경기 모두 많이 부진했다. 무언가 쫓기는 기분도 들었다. (황)택의랑 잘 맞았었는데, 막상 본게임이 들어가자 타이밍이 '이렇게 달랐나'고 느껴질 정도였다"고 답답해 했다. 가장 큰 원인은 책임감에 따른 부담감이었다. 이강원은 "공격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선 만큼 책임감이 컸다.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지만 '범실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도 들더라.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강원은 권 감독의 말대로 '긍정적'이었다. 상황을 무작정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강원은 이 고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갖고 있었다. 답은 역시 훈련이었다. 이강원은 "결국은 연습 부족인 것 같다. 내 스스로 불안하다는 것 자체가 100% 준비가 안됐다는 뜻인 것 같다"며 "과거에는 이렇게 안되면 '어떻게 하지' 하고 스스로 좀 움추려 들었지만, 올해는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더 적극적으로 찾게 된다. 이게 책임감인 것 같다. 오히려 더 얘기를 안하시는 감독님과 동료들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본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은 잘나가고 있다. 지금 이강원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 이겨도 내가 못해서 기분이 안좋기는 하다.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다행이다"고 웃었다. 주전 첫 해, 과거 자신의 자리에서 부담감을 이겨내온 선배들을 우러러 보게된 이강원은 "결국 내 자신의 문제인만큼 더 열심히 하고 이겨내도록 하겠다. 그래서 반드시 팀이 목표로 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