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잠은 푹 잤는지를 물었다. 정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점심 먹으러 가기 전까지 아무 생각없이 푹 잤다"고 했다. 그동안 투어를 다니면서 시차와 장시간 비행에 시달렸다. 경기력을 위해 자더라도 부담감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푹 잤다. 우승으로 시즌을 끝냈다는 자부심 그리고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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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이날을 즐겼다. 부모님 그리고 석현준 코치와 함께 이탈리아의 명소 두오모를 찾았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젤라토도 즐겼다. 관광온 한국인들도 정현을 보고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몇몇 현지팬들은 정현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이탈리아의 대표 스포츠신문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는 정현의 우승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미래가 이제 도달했다(il futuro e adesso)'라는 제목을 붙였다. 정현과 그의 가족들은 이 신문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넥스트젠 우승은 두가지 의미를 둘 수 있다. 우선 경쟁력의 확인이었다. 정현의 어머니인 김영미씨는 "20세, 21세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 모두 세계랭킹 30~50위권에 있는 선수들이었다. 이들과 겨뤘고 우승을 차지했다. 밀리지 않았구나. 꾸준히 유지를 하고 있구나를 느꼈다. 동시에 올 겨울에는 어떤 준비를 할지 기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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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그는 자만을 경계했다. 정현은 "대회를 치르면서 승리를 했을 때도 패배한 선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 이번 넥스트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내가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만하지 않고 항상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은 부상없이 시즌을 잘 치르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하다보면 성과가 따라올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정현의 별명은 '교수님(프로페서)'이다. ATP 관계자들이 지어줬다. 단순히 약시로 안경을 낀 외모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정현은 ATP내에서도 질문이 가장 많기로 유명하다. 궁금증이 생기면 무엇이든 물어본다. 그리고 확실하게 이해를 한 다음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테니스 기술적인 부분에서부터 체력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다른 부분에까지 질문은 다양하다. 어머니 김영미씨는 "어릴적부터 궁금증이 많았다. 그리고 섬세했다.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테니스 전문가들도 정현에 대해 '몇 수 앞을 계산하면서 지능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정현 본인도 '교수님'이라는 별명이 싫지만은 않다. 별명에 대해 물으니 "그런 별명을 지어주시니 감사하다. 거기에 맞게 더 머리를 써서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시에 정현은 스물두살의 열혈 스포츠 마니아 청년이기도 하다. 휴식 기간동안 다른 스포츠를 보고 싶다고 했다. "스케쥴을 보고 있다. 다른 스포츠를 보면서 즐기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는 가리지 않는다. "축구, 농구, 배구를 다 가서 봤다. 야구는 시즌이 끝나서 못봤다. 아쉽다"고 했다. 친분이 있는 사람과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트레이너를 통해 배구의 김요한(OK저축은행)과 친분이 있다. 백승호(페랄라다)와도 인연이 있다.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도움을 받은 관계자가 백승호의 친누나였다. 이를 통해 백승호와의 인연도 있다. 아직 서로 시간이 안맞아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 기념품을 주고받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 꼭 보고 싶은 종목이 있는지 물었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답이 나왔다. 사실 이번에 정현은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제안을 받았다. 수원출신인 그에게 수원 구간을 뛰어달라는 제안이었다. 다만 기간이 아쉬웠다. 1월 중순이었다. 시즌이 시작된 뒤였다. 정중히 거절했지만 아쉬움은 컸다. 정현은 "시즌이 시작된 뒤에 평창올림픽이 열린다. 그래도 중간에 한국에 올 일이 있다면, 한 번 가서 보고 싶다. 학교(한체대) 출신 선수들이 많이 나간다.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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