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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동준 "잘생기고 성격 좋은 송승헌, 많이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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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0년 마냥 밝고 씩씩했던 열 아홉 소년이 있었다. 7년 동안 연예계의 모진 풍파를 겪으며 소년은 어느새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현실적인 미래를 꿈꾸는 성숙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바로 제국의아이들 출신 배우 김동준의 이야기다.

김동준은 2010년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했다. 이후 팀의 막내이자 리드보컬로 활동했고, 발군의 운동신경을 살려 '출발 드림팀'을 비롯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대표적인 '체육돌'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배우로서의 2막을 꿈꾼다.

김동준이 연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1년이다. 뮤지컬 '알라딘'과 KBS '영도다리를 건너다'를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이후 김동준은 채널 CGV '소녀K', KBS '천명', 웹드라마 '후유증', KBS '하늘벽에 오르다', MBC에브리원 '하숙 24번지',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에 출연하며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나갔다. 그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중반부터다. KBS 일일극 '빛나라 은수'에서 오은수(이영은)의 남편이자 윤수현(최정원)의 동생인 윤수호 역을 맡아 처음으로 주인공에 도전했다. 주인공 롤은 처음이었지만 김동준은 지난 6년 간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OCN '블랙'에 도전하며 김동준은 배우로서의 2막을 열었다. 죽음을 지키는 저승사자(블랙)와 죽음을 볼 수 있는 여자 인간(하람)이 천계의 룰을 어기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생사예측 미스터리극. 김동준은 극중 재벌 2세 오만수 역을 맡았다. 오만수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인 로열가의 핏줄로 완벽한 비주얼에 화려한 언변과 유들유들한 성격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다. 그러나 사생아라는 이유로 철저하게 집안에서 무시당했고, 심지어는 망해가는 회사의 책임을 떠맡기까지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된 강하람(고아라)을 사랑하게 되며 오만수의 인생은 격변기를 맞는다. 김동준은 기존 드라마에서 숱하게 나왔던 재벌 2세와 차별화된 오만수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의 재벌 2세 캐릭터는 굉장히 까칠하고 직설적인 경향이 있었다. 그런 일반화된 재벌 2세를 그리고 싶지 않아 고민했다. 첫 직장 생활을 하며 대표이사로 온, 사회 생활을 전혀 모르는 친구가 으스대는 모습, 귀여운 허세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 정이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하람이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줬다. 가정사가 워낙 센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다르게 보여주고 싶었다. 만수는 사생아이고 아버지는 나 때문에 쓰러지고, 집안의 멸시를 당한 아이다. 그런 가정사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캐릭터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내면의 모습에 갭을 주고 싶었는데 잘 됐나 모르겠다."

사실 오만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빛나라 은수'가 끝나자마자 '블랙'을 하게 된 것이라 체력적, 정신적으로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일일극에서 요하는 연기 스타일과 미니시리즈에서 요구되는 연기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의 간극을 맞춰나가는데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준 건 연출을 맡은 김홍선PD였다.

"일일극이 끝나고 두 달도 안돼 시작하게 돼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을 만나며 고민을 많이 버렸다. '빛나라 은수'도 '블랙'도 독백이 많은데 처음에는 '빛나라 은수' 때처럼 크게 얘기했다. 그때는 주부님들이 집안일을 하시다가도 똑바로 들을 수 있도록 크고 정확하게 대사를 했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그게 아니라고 혼났다. 그런 디테일한 코치도 많이 해주셨고 연기적인 시도도 많이 하게 해주셨다. 캐릭터 분석할 때부터 영화 '원라인'의 이동휘씨 같은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시완이 형 때문에 원래 봤던 작품인데 이동휘 형을 주의 깊게 보게 됐다. 감독님은 정말 멋진 분이었다. 현장도, 작품에 대한 모든 책임도 본인이 지는 분이셨다. 츤데레이기도 하시다. 혼도 많이 났고 격려도 많이 받았다.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주시고 아낌없이 얘기해주셨다. 그래서 나 뿐만 아니라 현장 모든 사람들이 감독님이 소리를 치셔도 다들 좋아했다. 감독님 덕분에 튀지 않게 만수를 만들 수 있었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블랙'이란 작품도 못했을 거다. 휴대폰에 '대장님'이라고 저장해놨을 정도로 멋있었다. 감사했다."

김홍선PD에 이어 또 도움을 줬던 이는 바로 송승헌이었다. 송승헌과는 영화 '회사원'을 통해 연을 맺은 소지섭의 소개로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과거 김동준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소지섭 송승헌과 새벽까지 소주 5병을 마셨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소주 5병은) 옛날 얘기다. 지금은 그렇게 못 한다. 두 분은 워낙 친하시고 내가 형들을 따라다니는 거다. 형들을 만나면 운동 얘기를 주로 한다. 운동 방법 연구하는 건 학위를 딸 수준이다. 이번에 '블랙'을 하면서 송승헌 형이 많이 도와줬다. 현장 분위기를 워낙 재미있게 이끌어주셔서 형이랑 붙는 신도 재미있게 찍었다. 대화도 많이 했고, 형이 대본도 맞춰주셨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얘기하고 연구할 수 있었다. 정말 형은 아침이건 낮이건 잘 생겼다. 속눈썹도 정말 길다. 남자인데도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성격도 진짜 좋다. 입수도 하고 정말 힘든 신이 많았는데 그렇게 힘들어도 촬영장에서 얼굴 찌푸리는 걸 한번도 못 봤다.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하셨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메이저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