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첩첩산중, 산 넘어 산이다.
사상 최악의 경기력으로 개막 이후부터 여자프로농구 최하위에서 발이 묶인 구리 KDB생명 위너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악재가 겹친 데다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때문에 프로 선수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KDB생명이 끊임없이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구단은 지난 8일 오후 김영주 감독의 자진사퇴를 알렸다.
김 감독은 지난 2015년 4월에 지휘봉을 잡았다. 2011~2012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난 지 3년 만의 컴백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이 팀을 맡은 뒤 KDB생명은 6위(2015~2016)와 5위(2016~2017)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발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국내선수들만으로 치른 박신자컵에서 우승을 하면서 '이번엔 해볼만 하다'는 공감대가 팀에 형성돼 있었다. 게다가 WNBA 신인왕 출신의 스타플레이어 주얼 로이드의 영입으로 전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KDB생명의 반란을 전망한 농구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기대는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렸다. 박신자컵 활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구 슬, 진 안, 노현지 등 국내 선수들은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실망을 샀다. 또한 조은주 로이드 이경은 등 간판 선수들이 차례대로 부상을 입어 시즌 아웃됐다. 상황이 이러니 분발을 하려해도 '비빌 언덕' 자체가 없었다. '불운의 집합체'였다고 볼 수 있다. 9일 현재 4승15패로 리그 최하위에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 김 감독이 모든 책임을 혼자 지고 사퇴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이해가 된다. 팀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 감독이 떠난 이후의 상황이 더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수장마저 떠나면 KDB생명이 어떤 결과를 얻을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김 감독의 자진 사퇴가 아쉬운 면도 크다.
이제 KDB생명은 박영진 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된다. 16경기가 남아있다. 감독이 자진사퇴한 판국이라 특별한 반전을 기대하긴 사실상 어렵다. 5위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승차도 3경기로 벌어져 있어 탈꼴찌도 쉽진 않다.
그럼에도 프로로서 남은 시즌에 팬들을 위한 유의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의무는 남아 있다. 우선은 팀이 기록한 역대 최저승률 기록만큼은 피해야 한다. 2014~2015시즌에 6승29패로 기록한 1할7푼1리 만큼은 넘어야 한다. 그리 먼 목표는 아니다. 현재 승률(0.211)을 유지한다면 계산상 3승 정도는 더 거둘 수 있고, 이러면 일단 불명예는 벗어난다. 구단에서는 박 감독대행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선수들 역시 감독 사퇴의 현실을 채찍으로 삼고 심기일전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팀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울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