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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희망 김원석 사과문 게재, 현장은 여전히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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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김원석(29)이 지난 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김원석은 지난해 11월 팬과의 은밀한 SNS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큰 파문에 휩싸였다. 팀과 동료들에 대한 험담, 팀연고지역 비하, 치어리더 외모 비꼬기,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하 발언까지. 온라인 논란은 끝내 방출로 이어졌다.

김원석은 사과문에서 자신의 과오를 모두 인정하며 팬들과 야구계에 용서를 구했다. 또 야구에 대한 애정을 읍소했다. 사건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고, 복귀에 대한 열망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김원석의 복귀는 현시점에선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 구단내에선 김원석의 이름은 지난 수개월간 '금기어'였다. 누구도 김원석의 이름을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프로입단 뒤 방출, 현역 군복무 뒤 독립구단, 육성선수(연습생)로 재입단, 뒤늦은 스포트라이트. 야구선수로서 달려온 어려운 길을 너무나 잘 알기에 우선 안타까움이 크고, 상상 못할 뒷담화에 대한 배신감도 상당했다.

한화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김원석의 복귀 여부에 대한 그 어떤 내부 논의도 한 바 없다. 석달여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고, 당시 중대 사안으로 판단했기에 출전정지가 아닌 방출을 결정했다. 임의탈퇴가 아닌 전격 방출 결정은 임의탈퇴 불가기간이었기도 했지만 동료 비하발언으로 팀내 분위기도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화 재복귀는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다.

타구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중인 A구단 관계자는 4일 "김원석의 복귀는 우리 구단 뿐만 아니라 타 구단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 논의를 한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특정 선수를 영입하면 그 선수가 가진 이미지까지 그대로 옮겨오게 된다"며 "당시 논란은 야구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팀 전력을 통째로 바꿀만한 특A급 선수라 할지라도 이정도면 섣불리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구단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김원석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전체 60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출됐다, 현역 군복무를 마친 뒤 독립구단인 연천 미라클을 거쳐 한화에 재입단(육성선수)했다. 2016년 11경기에서 타율 2할5푼을 기록한 뒤 지난해 78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 7홈런 26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새로운 연습생 신화로 주목받았지만 SNS 논란으로 프로 꿈을 접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김원석 사과문

안녕하십니까. 김원석입니다.

죄송합니다. 논란이 된 대화는 모두 제가 한 것이 맞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여러 번의 다짐 끝에서야 이를 인정하고 사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저는 자숙하며,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왜 그랬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며 돌아봤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변변치 못한 선수였고, 힘들게 프로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오랜 기간 주변을 맴돌기만 했던 제가 갑자기 1군에 올라 그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당시 저는 오랫동안 뒷바라지만 해주던 가족들과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사소하다면 사소한 고충들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많이 외로운 감정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던 속사정과 불평 등 하소연의 말들을 인터넷에서 만난 제 팬이라는 이름조차 모르는 익명의 대화상대와 나누기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 저는 사소한 이야기라도 제 이야기를 맞장구 쳐주는 그 친구가 고마웠고, 그분과의 대화에서 점차 제 발언은 정도가 심해져 불만의 대상이 주변을 넘어 무고한 치어리더, 팬, 지역을 넘어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이른 것 모두가 사실입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잘하면 더 잘하지 못한 이유를 남에게 찾았고, 안되면 안 되는 이유를 쉽게 남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전 그릇이 작았고, 작은 그릇에 넘치는 사랑을 받다 보니 눈은 높아졌는데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여 더욱 더 자극적인 발언을 하였습니다.

또 부끄럽지만 제 스스로가 냉정하면서도 솔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마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대화 당시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의 제 자신이 겸손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하게 기억합니다. 현실은 팀에 잘 적응하지도 못해 외로웠지만 그렇지 않은 양 허세를 부리며 주제넘게 남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척, 써서는 안 될 말로 상처를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현실이 두려워 외면한 시간이 많아 이 글을 쓰는데 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음속에서 저는 솔직히 야구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잘못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남아 저를 따라다닐 것이고, 야구는 제가 없어도 되지만, 저는 야구를 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팬이 있어 프로가 있고 구단이 있는데, 제 사소한 현실을 부정하며 팬들을 욕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같이 운동했던 선수분들, 감독님과 코칭 스텝 및 구단 관계자분들, 치어리더분들, 그리고 야구팬 분들, 특히 한화이글스 팬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