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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전성기 보낸 김현수, LG에서 30대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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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타자의 전성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즉 25~33세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자로 꼽히는 마이크 트라웃은 1991년생으로 20세이던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40경기를 뛴 뒤 이듬해 타율 3할2푼6리, 30홈런, 83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그는 이후 리그 MVP 투표에서 매년 1~2위를 다투는 거물급 타자로 성장, 현재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그의 나이는 27세다. 트라웃과 곧잘 비교되는 워싱턴 내셔널스 브라이스 하퍼도 20세이던 2012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리그 MVP에 오른 2015년에는 불과 23세였다. 지난해에는 부상 때문에 51경기에 결장했지만, 타율 3할1푼9리, 29홈런, 8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08을 올리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KBO리그도 이제는 타자의 전성기를 20대라고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SK 와이번스 최 정,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등은 이미 20대 때 전성기를 보내며 30대를 맞았다. LG 트윈스 김현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진출하기 전인 2015년까지 통산 3할1푼8리의 타율과 142홈런, 771타점, 660득점을 기록했다. 20대에 모든 것을 이뤘다. 김현수는 1988년 1월생이다. 2006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20세이던 2008년 당시 김경문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고 성장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타격 기계'라는 별명답게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했고, 27세이던 2015년에는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렇게 KBO리그에서 10년을 보낸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가 2년만에 돌아와 LG 유니폼을 입었다. 나이 30세가 돼 새로운 야구인생을 새로운 팀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김현수가 전성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으나, LG가 그의 방망이에 '운명'을 걸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지난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 출전한 김현수의 타격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LG는 김현수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타자들이 타격 사이클상 '저점(低點)'에서 시즌을 출발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개막 2연전서 뽑아낸 안타가 고작 10개, 득점은 3개에 불과했다. 김현수도 이틀 연속 4타수 1안타를 치면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유의 컨택트 히팅은 발휘했지만, 장타는 나오지 않았다. 아직은 예열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김현수의 타격에 대해 한 LG 관계자는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았고, 개막전에서도 자기 타격은 했다. 다만 전체적인 타선 분위기가 아직은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타자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LG는 짜임새가 측면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NC와의 개막 2연전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결국 타순 이야기가 다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중일 감독은 시범경기서 2번타자로 김현수를 주로 기용했다. 강한 2번타자를 내세워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운영을 해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개막전서 김현수는 결국 5번 타순에 들어갔다. 2번 타순에는 양석환과 김용의가 기용됐고, 둘은 모두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현수는 개인적으로 2번을 선호한다고 했다. 타석에 더 많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타순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2번이든, 5번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에는 3번타자였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는 주로 2번을 치기도 했다.

2번 타순에서 맥이 계속 끊길 경우 류 감독으로서도 김현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30대에 들어선 김현수의 전성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시즌 첫 두 경기서 재미를 못 본 김현수가 어느 타순에서든 LG 타선의 기폭제 역할을 할 지 두고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