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임순례 감독과 김태리가 함께 한 '리틀포레스트', 전고운 감독과 이솜이 함께 한 '소공녀'의 호평을 그대로 이을 여성 감독과 여성 원톱 주연 배우가 뭉친 공감 시네마가 탄생했다. 유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세영이 주연을 맡은 '수성못'에 대한 이야기다.
아르바이트와 편입 준비를 하며 인생 역전을 꿈꾸며 치열하지만 짠내나게 살던 희정(이세영 분)이 어느날 뜻하지 않게 수성못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에 연루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수성못'(유지영 감독).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수성못'은 악착같이 지방 도시 대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희정과 치열하게 살고 싶은 영목,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희준까지 세 캐릭터를 통해 청춘들의 아이러니를 세련된 연출과 시니컬한 유머로 풀어내 눈길을 끈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 킬킬 거릴 수 있는 유머를 가미해 색다른 재미를 선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유지영 감독이 자신이 자고 나란 대구라는 도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시나리오에 상상력이 결합해 공감대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최근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부터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까지 여성 감독들의 여성 영화가 선전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유머와 분위기가 가미된 유지영 감독의 로컬 시네마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이날 유지영 감독은 대구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제가 대구 토박이다. 대구에서 살지만 서울에서 영화를 찍을 때보면 생각나는 장소가 없었다. 저 한테 영화는 장소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래서 첫 장편을 찍을 때 대구를 배경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성못'은 제가 자주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서울의 강남같은 곳이 됐지만 제가 어렸을 때 수성못은 한적하고 인공적이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제가 대구에서 글을 쓰거나 그럴 때 찾았던 곳이 수성못이었다"며 "우연히 수성못에서 오리를 봤는데 제가 오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헤엄치지만 수성못을 벗어나지 못하는 오리가 집을 벗어나고 싶어했던 내 모습을 같았다. 수성못이 대구 같고 오리가 나 같았다"고 덧붙였다.앞서 여성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수성못'. 하지만 유 감독은 "여성주의 같은 어떤 주의에 갇혀 만든 건 아니지만 여성 영화제들에 초청이 됐다. 흔히 말하는 페미니즘 영화다라고 하기 보다는 제가 여자 감독이고, 여자 감독들이 드문 게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지지나 응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고 '수성못'이 페미니즘의 프레임 안에 갇힌 영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이 뾰족하게 드러나는 면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여성 감독이고 그리고 제가 만들어왔던 단편 영화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 여성 주인공이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여성영화제에서 주목해주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극중 자살 클럽 멤버들을 우울하지 않고 코믹하게 그린 것에 대해 "자살 클럽 사람들이 너무 희화화 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제가 실제로 그런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니까 그런 분들이 저희와 다르지 않더라. 자살 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우울하고 죽음의 아우라를 퍼뜨리는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 영화의 톤에 맞게, 조금은 우울하고 암울한 소재이지만 이걸 블랙 코미디라는 소재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극중 주인공 희정 역을 맡은 이세영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저또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극중 희정이 못지 않게 혹은 그보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도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 하면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극중 희정은 2015년의 저와 굉장히 많이 닮아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희정이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대구 사투리 연기에 대해 "다수의 스태프가 대구 분이셔서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사투리를 연습했는데, 현장에들어가서 대사가 수정되고 그러니까 현장 스태프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그래서 다른 작품 보다 사투리 연기가 수월했다. 대구 분들이 보실 때 혹시라도 몰입이 깨지실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성못'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유지영 감독의 연출작이다. 이세영, 김현준, 남태부, 강신일 등이 출연하며 4월 1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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