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선후배가 서로의 적장이 되어 만났다. 원주 DB 프로미 이상범 감독과 서울 SK 나이츠 문경은 감독이 뜨거운 승부를 예고했다.
이상범 감독과 문경은 감독, 대표선수 두경민(DB)과 김선형(SK)은 5일 서울 양재동 KBL센터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이 감독과 문 감독이 사령탑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대학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문경은 감독의 신입생 시절, 이상범 감독은 2학년 위 선배였다. 문 감독은 그때를 떠올리며 "1학년을 잘 버티게 해주신 선배다. 당시 신입생 중에 나만 고교 직속 선배가 없어 많이 외로웠는데, 이상범 선배가 나를 잘 끌어주셨다. 술도 많이 사주시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신 분"이라며 고마운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두사람이 나란히 앉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는 여느 때보다 더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물론 우승에 대한 열망은 서로 지지 않았다. 이상범 감독이 "통합 우승으로 DB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겠다. 몸이 안좋으니 5차전 정도에서 빨리 끝내겠다"고 선전포고를 하자, 문경은 감독은 "나는 이 감독님보다 건강 상태가 좋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4승2패를 예상한다. 우리에게 어렵게 온 기회인만큼 기필코 잡겠다"고 맞받아쳤다.
선배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문경은 감독이 "정규 리그에서는 DB의 스타팅 멤버에 변화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다른가요?"하고 묻자 이상범 감독이 "남자는 한 길을 간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인만큼 김주성, 윤호영을 많이 활용하겠다. 윤호영을 스타팅으로 넣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문 감독이 "그게 바로 변화를 준 것 아닙니까"라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경은 감독은 정규 리그 DB전 열세(2승4패)를 의식하기도 했다. 문 감독은 "DB는 김주성, 윤호영이라는 강한 식스맨이 있고 주축인 두경민, 디온테 버튼, 로드 벤슨이 강하다. 김태홍, 서민수 이런 선수들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공수에 높이까지 겸비한 팀이다. 부담이 많이 된다"면서도 "DB와 상대한 6경기 중 김선형이 (부상으로)5경기에 없었다"며 김선형의 복귀 후 조화를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두 감독 모두 '미쳐야 하는 선수'로 '민수들'을 꼽았다. 문경은 감독은 "김민수가 4강 플레이오프 내내 자고있는 것 같았다"고 말해 좌중을 웃긴 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한 건 할 것 같은 예감"이라며 힘을 불어넣었고, 이상범 감독 역시 "우리도 민수가 있는데, 민수들이 그런 것 같다. 서민수가 해줘야지 우리도 풀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두경민과 김선형이 감독과 함께하는 우승 세리머니 공약을 내세우자, 문 감독은 "얻어 터져도 좋으니 우승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이상범 감독도 "좋은 결실을 맺고싶다"는 말로 부드럽지만 강하게 각오를 다졌다.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눠야 하는 이상범 감독과 문경은 감독. 선후배의 뜨거운 대결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오는 8일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승부가 시작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