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좌완투수 금민철(32), 한때 '골든보이'라는 별명이 따를 정도로 기대됐던 투수다.
동산고를 졸업한 2005년 두산 베어스에 2차 4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무대를 밟았다. 두산 시절 꾸준하게 성장했고 2010년 이현승과 현금 트레이드되어 입단한 넥센 히어로즈에서도 '차기 에이스 감'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불안한 제구를 잡지 못했고 부상 악재까지 터졌다. 2011년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 2년을 절치부심한 뒤 넥센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제구가 문제였다. 지난해까지 11시즌 동안 거둔 프로통산 성적은 312경기 31승38패20홀드, 평균자책점은 4.71이었다. '골든보이'라는 별명엔 걸맞지 않는 성적표다.
올 시즌 들어 금민철이 드디어 '별명값'을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SK 와이번스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7안타 3실점(2자책)으로 첫승을 거둔데 이어 3일 친정팀 넥센과의 맞대결에서 7이닝 5안타 1실점으로 또 다시 승리 투수가 됐다. 넥센전에서 금민철의 최고구속은 137km에 그쳤지만 '고질병'으로 지적 받았던 제구는 완연히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6월 17일 SK전 이후 무려 2847일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한 건 덤이었다. 2경기 평균자책점은 1.29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있던 김진욱 KT 감독은 금민철의 최근 활약상을 묻자 웃음부터 머금었다. "(금민철이) 어느 정도 해줄 것으로 봤지만 이정도일 거라곤 예상 못했다." 활약 비결에 대한 답을 묻자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고 씩 웃었다.
김진욱 감독이 금민철과 연을 맺은 것은 10여년 전이다. 2군 투수코치로 재직 중이던 두산에서 사제지간이 됐다. 라이브피칭 땐 크게 휘어져 들어가는 볼끝 탓에 선배들이 피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수지만 실전에서는 제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진욱 감독은 "(라이브피칭 때) 볼이 워낙 잘 휘어서 타석에 들어선 선배들이 맞고 나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며 "몇 년동안 (실전) 제구력 이야기를 듣다보니 본인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앞에서 잘 해놓고 위기에 놓이면 불안한 제구가 되살아나기 일쑤였다"고 짚었다. 그는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이야기가 금민철에게는 약이 된 것 같다"며 "단점을 꼬집기보다 장점을 살리는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넥센전에서 1회 무사 1, 2루 상황에 직접 마운드에 올라 금민철을 다독이기도 했던 김진욱 감독은 "앞으로 이닝, 경기 내용과 관계없이 민철이에게 최소 70구는 던지게 할 것이다. 내가 이런 믿음을 실어주면 본인도 제구가 안 됐을 때 '이러다 교체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김진욱 감독의 신뢰를 등에 업은 금민철이 올 시즌 비로소 마운드에서 찬란한 금빛을 뽐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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