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를 이끌었던 김완태 전 단장(61)은 지난 4월 새 명함을 찍었다. 골프용품 전문 유통회사인 '예스런던' 부사장에 취임해 두달 가까이 지났다. 농구 관계자들에게 여전히 '단장' 직함으로 친숙한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예스런던' 본사에서 최근 만난 김 부사장은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가지 생각을 대표이사에게 전달하고 조언한다. 우리 회사 구성원, 동료들이 신바람나게 일하게 하고 싶다. 살맛나는 삶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00년 창립한 '예스런던'은 직원 30여명, 매출액 300억원 안팎인 중소기업이다. 전국 골프장 70여곳에 프로숍(골프장 내 골프 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직영점도 두고 있다. 동종 업체 중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최근 백화점 두 곳에 입점해 사업 영역을 넓혔다. 국내외 각종 골프 브랜드 장비, 용품을 유통하면서 자체 라이센스 제품도 생산 판매한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 땐 공식 머천다이즈 운영사로 대회 기념 모자, 의류 등을 판매했다.
매출을 극대화해 이익을 내는 게 기업의 본질이다.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 용품 판매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 김 부사장은 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한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 파트를 강화하고, 태국,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확장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부사장은 "비즈니스는 물건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스토리를 갖고 꿈을 전달해야 한다. 지금까지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것으로 경쟁했는데, 차별화 포인트가 없었다. 우리 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면, 더 넓은 길이 열릴 것이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스페셜올림픽코리아와 함께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
일부에선 골프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김 부사장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그는 "골프 인구를 600만명 정도로 보는데 스크린 골프 인구가 필드에 나가는 인구보다 55대45 정도로 많다. 주로 젊은층이 스크린골프를 즐겨 온라인 판매를 통한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또 골프 웨어 등이 편한 일상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김 부사장의 이력을 따라가보면 상당히 낯선 분야다. 창원 LG 농구단을 5년간 이끌었다고 해도, 구단 운영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김 부사장은 "어느 분야든 본질을 이해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LG전자와 농구단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1983년 1월 금성사(LG전자)에 입사해, 주로 해외 관련 업무를 했다. 캐나다 판매법인, 미국, 영국에서 근무하면서 마케팅, 인재 영입, 해외 공장 프로젝트, 해외 합작법인 설립 등을 진행했다. 2011년 12월 LG 농구단으로 옮겨 2016년 말까지 일했다. 창원 LG는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창단 첫 우승이었다. 김 부사장은 성적 이상으로 '비욘드 빅토리(Beyond Victory)'를 내걸고 다양한 시도를 해 주목받았다. 농구 불모지인 충남 당진에서 연습경기를 열었고, 연고지가 아닌 경기도 화성에서 정규리그 경기를 개최했다. 또 필리핀 전지훈련을 통해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저변 확대 가능성을 모색했다. 프로 스포츠가 다양한 가치를 창출해야한다는 믿음하에 이뤄진 일이다. 김 부사장은 "외국인 선수 아시아 쿼터제 도입, 고졸 선수 드래프트 등을 제안을 했는데, 잘 안 돼 아쉬웠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