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야 수비부터 살피죠."
최근 KIA 타이거즈팬들을 기쁘게 하는 한 선수가 있다. 2번 타자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최정민이다. 4월 13일 1군에 합류해 주로 대주자, 대수비로 활약했는데, 로저 버나디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중견수로 나서고 있다. 18일 SK 와이번스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19타수 8안타, 타율 4할2푼1리, 2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5경기 모두 안타를 쳤다. 23일 KT 위즈전 1회 상대 수비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 안타가 최정민의 플레이를 대변한다. 빠르고, 투지가 넘친다. 김기태 감독도, 팬들도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나타났다. KIA 야구의 청량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최정민을 만났다.
-최근 활약에 주변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가족들이 가장 좋아한다. 부모님은 내가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시합을 뛰든 못뛰든 항상 기도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아내, 장인 장모님도 마찬가지다. 요즘 TV에 나오니 너무 좋으신 모양이다.(웃음)
-백업 선수나,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제한된 기회를 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시즌 전부터 열심히 준비했다. 코치님들이 정말 잘 가르쳐 주셨다. 선수들 특징을 살려 지도해주신다. 체구에 비해 스윙이 크다고 지적해주셨다.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 몸에 맞는 스윙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마찬가지다. 유재신 형, 황윤호 등도 1군 경기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리는 플레이를 잘했다.
-독기 넘치는 눈빛, 투지 있는 플레이, 빠른발이 돋보인다. 홈런도 2개나 때렸다.
▶홈런은 정말 운이었다. 연습 때도 홈런을 치지 못한다. 앞으로 홈런에 대한 기대는 크게 안해주셔도 될 것 같다. 내 가장 큰 무기는 빠른발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출루다. 홈런, 안타 욕심은 없다. 몸에 맞아도 좋다. 무조건 살아나가고 싶다. 그래서 타석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내야 수비진을 살핀다. 기습번트를 댈 수 있는 지 본다.
-내야수인데 외야도 겸업하고 있다.
▶내야, 외야 다 어렵다. 외야를 시작한 건, 1군에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직 내야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하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수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금은 외야 수비에도 흥미를 느끼고 있다. 더 안정적으로 활약할 수 있다면, 내야수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외야수로 전향할 수도 있다.
-2016년 SK에서 출전 기회를 늘리며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트레이드 돼 섭섭하지 않았나.
▶트레이드는 남 얘기인 줄 알았다. 섭섭한 마음보다는, 그냥 앞이 캄캄했다. SK에 계속 있었는데, 갑자기 떠나는 건 분명 아쉬웠다. 새 팀에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김민식, 노수광, 이명기 등이 당시 조명됐고 또 이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했다.
▶트레이드 때부터 작년까지 재활에 열중했다. 트레이드 직전 오른쪽 발등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발등 치료와 재활에 집중했다. 조급한 마음은 없었다. 친한 친구 (김)민식이가 잘하고, 명기 형이 잘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복귀한다면 잘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KIA 생활에 만족하나.
▶너무 좋다. 팀 분위기가 최고다. 형들이 잘 챙겨주신다.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궁금한 걸 물어보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잘 이야기해주신다.
-주전 중견수 로저 버나디나가 복귀하면 다시 백업이 될 수도 있고, 2군에 내려갈 수도 있다.
▶버나디나가 있을 때도 1군 엔트리에 있었다.(웃음) 백업이든, 대주자든 어떤 역할이라도 준비만 잘하면 기회는 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주전, 백업 생각하지 않고 그날 경기에 올인하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올 시즌 개인 목표나 바람이 있나.
▶1군에서 동료들과 끝까지 동행하는 거다.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 그라운드에 있었으면 좋겠다.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는데 "쟤는 진짜 열심히 하는 친구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항상 근성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