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연기설이 돌던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를 당초 일정대로 7월말 도입, 시행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의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가 시행됨에 따라 국민연금이 앞으로 주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을 떨쳐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경영 간섭을 우려해 재계가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입돼 국민연금이 기업의 가치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면서 주주 이익도 지키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기금운용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 공모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 추천설, 내정설 등이 불거지고 내부 투자실무책임을 맡은 실장급 8명 중 3명의 자리가 비어있는 점 등을 이유로 도입이 8월 이후로 늦춰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민연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이달 26일이나 27일에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심의,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는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처럼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고자 만든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범을 말한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20개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함으로써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투자기업의 주요 주주로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도 주주로서 제 역할을 못했던 게 사실이다. 주총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권하거나 중립 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면서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행동하는 주주'로서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 의견 표명뿐만 아니라 임원 선임부터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배당 확대와 경영 투명성 등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이미 올해 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1∼3월 총 625회의 주총에 참석해 2561건의 상정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20%가 넘는 524건에서 반대 의결권을 던졌다. 이는 최근 5년간 10% 안팎에 머물렀던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비율과 비교할 때 갑절이었다.
또 지난 6월 5일에는 대한항공에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결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공개서한 발송이라는 주주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강한 기업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가 높아져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즉 기업에 대한 정부 입김이 강력해지는 '연금사회주의'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는 한 정부 임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 시행하면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 299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에 따른 재계의 경영권 간섭 시비를 차단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스튜어드십코드의 세부 운용 지침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강도가 낮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가치와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한 운용전략으로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라며 "'겨우 이 정도 세부지침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세부지침에서 경영 간섭으로 비칠 만한 내용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원래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주주 이익 무시 기업에 대한 중점관리, 손해배상 소송 등 적극적으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 가운데 기업경영 간여 시비로 비화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보류되거나 단계적 시행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놓는 등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해외 연기금의 경우 여러 장치를 마련해 정치권 입김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논의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며 "동시에 기업들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대화 요구를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쌍방향 소통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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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경영 간섭을 우려해 재계가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입돼 국민연금이 기업의 가치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면서 주주 이익도 지키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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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이달 26일이나 27일에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심의,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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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함으로써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투자기업의 주요 주주로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도 주주로서 제 역할을 못했던 게 사실이다. 주총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권하거나 중립 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면서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 '주총 거수기'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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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이미 올해 초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1∼3월 총 625회의 주총에 참석해 2561건의 상정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20%가 넘는 524건에서 반대 의결권을 던졌다. 이는 최근 5년간 10% 안팎에 머물렀던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비율과 비교할 때 갑절이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지나치게 강한 기업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가 높아져 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하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즉 기업에 대한 정부 입김이 강력해지는 '연금사회주의'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는 한 정부 임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 시행하면 당장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 299개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시행에 따른 재계의 경영권 간섭 시비를 차단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스튜어드십코드의 세부 운용 지침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강도가 낮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가치와 주주 이익을 높이기 위한 운용전략으로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라며 "'겨우 이 정도 세부지침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세부지침에서 경영 간섭으로 비칠 만한 내용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원래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 면담, 주주 이익 무시 기업에 대한 중점관리, 손해배상 소송 등 적극적으로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 가운데 기업경영 간여 시비로 비화할 소지가 있는 것들은 보류되거나 단계적 시행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놓는 등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해외 연기금의 경우 여러 장치를 마련해 정치권 입김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논의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며 "동시에 기업들도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대화 요구를 경영 간섭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쌍방향 소통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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