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이 추락하는 것처럼 보였던 '송골매'가 다시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전에는 안보였던 날카로운 발톱도 하나 눈에 띈다. 천적들과의 싸움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반격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남자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송골매) 이야기다.
LG는 이번 시즌 극심한 부침을 보여주고 있다. 1, 2라운드 때는 매우 선전했다. 한때 리그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고공비행을 했었다. 제임스 메이스와 조쉬 그레이 등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김시래 등 국내 선수들의 호흡이 잘 어우러지며 제법 강팀의 면모를 보이던 시절이었다. 현주엽 감독도 부임 2년차를 맞아 한층 노련해 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LG는 3라운드 이후부터 급격하게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팀의 간판 전력이었던 메이스와 그레이가 오히려 팀의 악재로 돌변했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던 공격 패턴을 유지하던 팀이었는데, 외국인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자 경쟁력이 순식간에 약화된 것이었다. 특히 메이스는 갑자기 너무나 부진한 모습을 보인 탓에 '태업 의혹'을 받기도 했다. 여러 차례 면담을 통해 태업이 아닌 단순 슬럼프로 확인됐고, 메이스도 다시 의욕을 냈지만 LG는 시즌 초반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LG의 순위는 급격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5연패를 당하면서 순식간에 4강권→6강권으로 밀려나더니 급기야 7위까지 내려갔다. 이런 흐름이라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추락하던 송골매는 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다시 날개를 폈다. 이전에 비해 많이 내려왔지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높이다. LG는 지난 10일 리그 1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87대68로 이긴 뒤 12일 인천 전자랜드전 때는 79대85로 아쉽게 패했다. 그러나 다시 13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91대69로 승리하며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이 덕분에 LG는 비록 공동 7위지만, 중위권 싸움에서 그렇게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4위 안양 KGC와는 2경기 차이, 6위 원주 DB와는 불과 0.5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LG가 다시 중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게 된 표면적 원동력은 최근 활발히 살아난 조성민의 외곽포 덕분이다. 조성민 개인의 각성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확률 높은 상황에서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공격 패턴의 변화도 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줄이고, 스크린 등에 집중해 슈터에게 찬스를 더 많이 내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좀 더 완성도를 키운다면 분명 LG가 이번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