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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3월 A매치 결산 키워드 셋, 손톱-컴백-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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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가 아시안컵의 아픔을 씻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볼리비아(1대0), 콜롬비아(2대1)와의 3월 A매치에서 2연승을 거뒀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8강 탈락의 충격을 딛고 반등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승리였다. 특히, 사실상 1군이 나선 콜롬비아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다가오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얻은 것이 많았던 벤투호의 3월 A매치를 세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손'톱(TOP)'

지난 몇년간 한국축구의 딜레마는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토트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손흥민은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졌다. 벤투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손흥민은 벤투호 체제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왼쪽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골보다는 연계, 도움에 초점을 맞췄다.

휴식기를 보낸 벤투 감독은 손흥민 활용에 변화를 택했다. 토트넘에서처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다. 연계가 좋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파괴력이 있는 황의조(감바오사카)를 번갈아 투톱 파트너로 기용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볼리비아전에서 여러차례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던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서 마침내 득점에 성공했다. A매치 9경기만의 골이었다. 만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던 손흥민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했고,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벤투 감독 역시 달라진 손흥민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2경기 모두 좋은 경기를 해줬다. 수비적으로나 공격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최전방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어서 어떤 것이 요구되는지 잘 알고 있다. 향후 어떻게 활용할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라고 했다. 벤투 감독은 상황에 따라 손흥민을 적재적소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컴백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권창훈(디종)은 이번 명단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였다. 권창훈은 1월 기나긴 부상에서 복귀했다. 권창훈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아킬레스를 다쳤다. 권창훈을 축으로 미드필드진을 구축했던 신태용 전 감독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권창훈의 공백으로 플랜A가 틀어진 신태용호는 아쉽게도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7개월간의 긴 재활과정을 거친 권창훈은 마침내 A대표팀에 복귀했다. 벤투 감독과는 첫 만남이었다. 적응 시간은 없었다. 권창훈은 볼리비아전에서 만점활약을 펼치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재성(홀슈타인 킬)의 복귀도 빼놓을 수 없다. 부상으로 아시안컵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이재성은 완벽한 모습으로 대표팀에 돌아왔다. 10번을 단 이재성은 볼리비아전, 콜롬비아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콜롬비아전에서는 결승골까지 넣었다.

왼쪽, 중앙, 오른쪽 어디든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에 기술, 스피드, 센스에 결정력까지 갖춘 권창훈, 이재성의 복귀로 벤투호의 2선은 더욱 두터워졌다. 이청용(보훔) 황인범(밴쿠버)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나상호(FC도쿄)에 재활중인 남태희(알 사드)까지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벤투 감독 역시 "2선 자원에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특징도 다르고, 멀티 능력도 있다. 2선은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상대마다 좋은 조합을 찾겠다"고 했다.

▶변화

벤투 감독은 대단히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한번 정한 것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같은 포메이션에, 같은 멤버로 나섰던 아시안컵을 통해 변화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3월 A매치를 앞두고 중요한 변화를 택했다. 기존의 4-2-3-1 대신 4-1-3-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물론 스타일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좌우 윙백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리고, 수비부터 차근히 전개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기존과 같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형태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명을 줄이고, 공격수 한명을 더 늘렸다. 이같은 변화를 통해 빌드업의 속도가 대단히 빨라졌다. 후방 보다는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최전방이 고립되지 않고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다. 수비시에도 기존의 블록 형태 대신 일(一)자 형태로 바뀌며 더 안정감을 얻었다.

새로운 포메이션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꺼낼 수 있는 옵션도 늘어났다. 벤투 감독은 "기본적으로 원칙을 지키며 전술 변화를 준 상황에서도 우리 플레이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자 했다. 짧은 시간내에 선수들이 잘해줬다. 각기 다른 상대를 접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선수들이 잘 보여줬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