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64)이 남자배구대표팀에 잔류한다.
김 감독은 15일 오전 오한남 회장 등 대한민국배구협회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로배구 OK저축은행 신임 감독 내정설을 논의한 끝에 대표팀 잔류를 선언했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고심은 했다. 그러나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도의적으로 맞지 않는 행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OK저축은행으로부터 사령탑 제의를 받았다. OK저축은행 감독직은 김세진 전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석인 상태였다. 바통은 석진욱 수석코치가 이어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석 코치와의 감독 계약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알고보니 OK저축은행은 김 감독에게 대표팀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여론이었다. 2년 전부터 전임감독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OK저축은행으로 둥지를 옮길 경우 협회와 OK저축은행이 거센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 협회는 전임감독제 시행 카드를 내밀어 한국배구연맹(KOVO)으로부터 지난해 6억원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시스템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사로잡힐 수 있었고, OK저축은행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임감독제를 흔든 팀이라는 비아냥에 휩싸일 수 있었다.
김 감독도 비난 기류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장고에 돌입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조건은 프로 팀이 훨씬 나은 상황. 그러나 김 감독은 도의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내가 프로 팀 감독행을 선택했다면 협회와 OK저축은행이 모두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고민 끝에 대표팀 감독으로 헌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국 김 감독의 OK저축은행 내정설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협회는 이번 사안으로 대표팀 감독 처우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령 김호철 감독은 60세가 넘은 고령의 지도자지만 아직까지 프로 팀에서 탐낼 만한 후보다. 프로배구계 감독 풀(pool)이 넓지 않은 상황도 한 몫 한다. 무엇보다 김 감독 후임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대표팀 감독을 원하는 구단도, 협회도, 감독 본인도 난감하기 짝이 없어진다.
도의적인 면에서 프로 팀 감독을 포기한다면 역시 대표팀 감독의 위상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대표팀은 최고의 프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한데 대표팀 감독 처우가 프로 팀 감독 처우보다 낮다면 아무리 강한 지도력을 가진 대표팀 감독이라도 선수들에게 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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