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헤더골을 작성한 김신욱(31·전북 현대)은 웃지 않았다. 정확히는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신욱은 7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19라운드 전반 16분 이주용의 크로스를 문전 앞 헤더로 득점한 뒤 굳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무릎을 꿇은 채 양 엄지로 하늘을 가리키는 전매특허 세리머니를 한 김신욱은 하프라인으로 걸어가던 도중 W석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는 홈 관중을 향해 큰절을 했다. 팬은 "김신욱" "김신욱"을 연호했다.
2016년부터 전북에서 활약한 김신욱과 그런 김신욱을 열렬히 응원하던 팬들이 약속이나 한듯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성남전은 김신욱의 중국 상하이 선화 이적설이 불거진 뒤 치르는 첫 경기였다. 다롄 이팡에서 상하이로 이직한 최강희 전 전북 감독이 김신욱을 적극적으로 원해 구단에서 이적료 70억원, 연봉 55억원(이상 추정치)을 제시했다. 구단간 큰 틀에선 합의를 마친 상태로 선수 본인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 결국 김신욱은 경기 후 자신의 거취를 직접 밝혔다. 그는 "이적을 하게 됐는데 제가 가진 모든 걸 다해서 한국을 빛낸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김신욱은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팬들 앞에서 선보이며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호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이 "김신욱급 이상의 대체자" "스타일의 변화" "불혹의 이동국의 19골"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시즌 중 떠나는 김신욱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2m에 육박하는 신장에서 나오는 발리슛만큼 강력하고 정확한 헤더를 대체하기란 아무래도 힘들 터다.
이른 시간 터진 김신욱의 시즌 리그 9호골로 기선을 잡은 전북은 23분께 2017년 전북에서 한 시즌 활약한 성남 에이스 에델에게 중거리 골을 허용했지만, 23분 문선민의 감각적인 공간 패스를 손준호가 득점으로 연결하며 다시 앞서나갔다.
전반 막판과 후반 초반 마티아스와 공민현을 잇달아 투입하며 고삐를 당긴 성남 공격은 매서웠다. 하지만 전반 상황과 마찬가지로 결정적 장면은 전북쪽이 만들었다. 후반 15분 역습 상황에서 문선민이 상대 수비수 백태클에 의해 페널티를 얻었으나, VAR 판독을 통해 판정이 번복됐다. 25분 김신욱의 헤더 횡패스를 골문 반대편에서 로페즈가 몸으로 밀어넣었다. 하지만 또 한 번 VAR 판독을 실시한 최현재 주심이 로페즈의 핸드볼 파울을 선언하며 득점 무효처리했다.
페널티 판정과 로페즈의 팔꿈치 파울에 따라 경기 분위기가 과열됐다. 31분 전북이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장거리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건네받은 김신욱이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하지만 이미 부심의 기가 들려진 상태였다. 전북은 후반에만 3골이 번복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후반 34분 모라이스 감독은 김신욱을 불러들이고 베테랑 이동국을 투입했다. 팬들의 격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한 김신욱은 터치라인 밖으로 나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했다. 후반 38분 이동국의 쐐기골이 터지자 김신욱이 벤치를 박차고 나와 이동국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3대1 스코어로 리그 3경기 만에 승리를 차지한 전북은 12승 5무 2패 승점 41점으로 울산 현대(승점 40점) FC 서울(승점 39점)을 끌어내리고 선두를 재탈환했다.
한편, 수원 삼성은 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서 타가트와 최성근의 연속골로 2대0 승리했다. 수원(승점 23)은 정규리그 5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챙기며 7위로 도약했다. 전주=윤진만, 수원=노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