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무리뉴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돌아왔다.
여름 이적시장,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에버그란데 감독 오퍼를 거절한 '그 남자'의 선택은 그라운드 벤치가 아닌 영국 스카이스포츠 스튜디오 해설 의자였다.
12일(한국시각) 해설가 무리뉴의 맨유-첼시 개막전 중계는 승패 못지 않게 뜨거운 화제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전직 첼시, 전직 맨유 감독은 특유의 언변과 독설로 내로라하는 선수, 감독, 클럽을 쥐락펴락했다.
올시즌 우승 후보를 묻는 질문에 무리뉴는 "맨시티, 토트넘, 리버풀 그리고 맨시티 B팀"이라고 답했다. 맨유, 아스널, 첼시보다 오히려 맨시티 B팀이 우승 경쟁에 가까이 있다는 조크 속에 많은 뜻이 내포됐다. "웨스트햄과의 개막전에서 맨시티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을 봤다. 베스트11이 아닌데도 이 선수들로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우승후보에서 맨유, 첼시, 아스널을 제외했다. "오늘 맨유-첼시 경기 결과와 무관하다. 두 팀 중 한 팀이 엄청난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나는 이들이 우승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정말 좋은 몇몇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스널 역시 우승 경쟁은 어렵다"고 봤다.
전직 첼시 감독, 전직 맨유 감독으로서 "내가 맡았던 두 팀의 맞대결이고 올드트래포드로 복귀한 건 처음이다. 이 자리가 편치 않다. 다른 해설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다"면서도 해설자로서 할 말을 다 했다.
맨유의 우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드레싱룸에서는 우승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올시즌 맨유가 톱4만 해도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올시즌 맨유가 우승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그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이 맨유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중요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첼시 사령탑 시절 선수로 함께했던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에 대해 "이적금지 징계로 인해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감은 덜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맨유와의 중요한 개막전에 경험이 일천한 21세 타미 에이브러햄, 20세 메이슨 마운트 등 선발로 기용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램파드가 데뷔전에서 맨유에게 0대4로 무참히 깨진 데 대해, 무리뉴는 올리비에 지루, 은골로 캉테 등 베테랑들을 전면에 내세웠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캉테가 30~35분이라도 뛸 수 있었다면 선발로 나왔어야 한다. 더 많은 노하우가 있는 선수들이 나섰어야 한다. 알론소가 벤치에 있었고, 캉테, 지루가 모두 벤치에 앉아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올드트래포드에서의 경기다. 아무리 지금 맨유가 예전같이 엄청난 전력이 아니라고 해도 무서운 것은 있다. 맨유는 맨유"라며 경험 부족 라인업을 지적했다.
경기 후 무리뉴의 비판을 전해들은 램파드 감독은 발끈했다. "나는 해설자든 누구든 어느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스쿼드는 내가 신뢰하고 있는 스쿼드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험이 있든 없든, 내가 의무실에서 선수들을 끌어내올 수는 없는 일이다. 가용한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 나섰고, 오늘 벤치에 앉은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