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볼넷을 고르는 타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공이 눈에 들어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29)은 지난 9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4타석 모두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 중 두번은 선두 타자 출루였다. 부단한 출루 속에 천금 같은 2득점으로 3대1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짧게 쥔 배트 그립이 인상적이었다. 그날 경기 후 박세혁은 "무조건 살아나가려고 노력했다. 한 여름 체력이 떨어지는 걸 변명으로 삼기는 싫지만 주전 포수로서 무언가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차피 내가 홈런 타자도 아니고 살아나가는 데 포커스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변화는 대성공이었다. 4볼넷 경기 후 다음날인 10일 고척 키움전에 2타수1안타 1타점으로 꿈틀하더니, 11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4타수4안타 3타점. 팀의 12대7 대승을 안기는 알토란 활약이었다.
박세혁은 올시즌 2위 경쟁 중인 베어스의 가장 중요한 키 플레이어 중 하나다. 양의지가 FA로 이적한 올시즌, 만약 박세혁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끔찍한 결과가 초래됐을지 모른다. 그만큼 박세혁은 공-수-주에 있어 대체 불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가고 있는 핵심 선수다.
문제는 체력이다. 풀타임 첫 시즌. 지금이 고비다. 포수 장비 없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 체력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수 밖에 없다.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즐겁고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체력관리요? 무조건 많이 먹으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심하게 많이 먹는 중입니다. 최대한 많이 자려고 하고요. 그래야 좋은 에너지도 생기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요."
'발 빠른' 포수 박세혁은 누상에 나가면 여전히 열심히 뛴다. 체력 유지가 필요한 포수지만 자신의 장기인 주루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저만의 색깔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뛰는 포수라는 무언가 기존에 없는 저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어요."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실시 되는 두산 베어스. 주전 포수의 체력 고갈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후 맞이할 가을잔치. 과연 괜찮은 걸까.
"이미 포스트시즌을 치러봤지만 단기전에는 시즌과 전혀 다른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시즌 중 찾아온 고비를 자신 만의 방법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는 두산의 주전포수 박세혁. 어느덧 듬직한 안방마님으로 성장해 팀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는 으뜸 효자 선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